소득세법 토지·건물 ‘공시지가 아닌 장부가액 산정’ 조항 때문에시간따라 時價바뀌는 특성 무시
세제혜택 덜 받는 모순된 결과
계약서 등 훼손 확인도 어려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개정 요청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법정 기부금단체에 기부할 경우 공시지가가 아닌 장부상에 기재한 회계처리 결과인 장부가액(book value)으로 산정해 세제 혜택을 주도록 한 소득세법 집행 규정이 오히려 기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기획재정부, 국세청,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14년 11월 30일 개정된 소득세법 집행 기준은 기부자가 금전 외의 자산을 기부할 경우 자산 가액을 시가로 하되, 법정 기부금단체에 기부하는 경우 장부가액으로 하도록 명시했다. 법정 기부금단체는 정부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공익성이 높은 기관을 선별해 법으로 정한 혜택을 받도록 한 곳이다.

그러나 개인이 법정 기부금단체에 부동산을 기부한 경우 자산가치를 장부가액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어 자산의 실제 가치와 차이가 커 오히려 부동산 기부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토지나 건물 등은 자산의 성격상 시간이 흐르면서 시가가 바뀌는 특성이 무시되면서 기부를 해도 정작 세제 혜택을 덜 받게 되는 모순된 결과를 낳는 것이다.

예컨대 20년 전 사들인 장부가액상 5000만 원짜리 토지를 기부했을 경우 3000만 원 이상 초과 시 25%의 세액공제를 주는 데 맞춰 계산할 경우 현재 시가가 5억 원이라면 장부가액과 시가로 산정한 세액공제 차이만 무려 1억1250만 원에 달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부동산은 취득시기가 오래된 경우가 많아 계약서 등 증빙 문서가 손실돼 장부가액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시가로 산정하는 지정 기부단체와의 형평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박모 씨와 경기 수원의 심모 씨는 각 24억 원, 10억 원 상당의 건물을 기부하기 위해 상담을 했지만 이런 이유로 기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세청에 기부금을 금전 외의 자산으로 제공한 경우 해당 자산의 가액은 상속세 및 법인세법상의 가액 산정방법에 따르도록 바꾸고 장부가액으로 한다는 기준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 요청을 제출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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