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에게 기부를 하면 1000명에게 기부를 받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8000원을 입금하면 1만 원의 가상 화폐를 돌려주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새로운 핀테크(금융 IT) 모델로 각광받는 ‘크라우드 펀딩(인터넷을 통해 소액 투자가를 모으는 금융 기법)’으로 포장해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꾄 후 투자금을 가로채는 ‘유사수신’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최근까지 한번에 200달러를 기부하고 회원 2명을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활동하면 수십억 원까지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었다. 특히 9명에게 기부를 하면 1000명에게 기부를 받는 시스템이라면서 본인뿐만 아니라 지인도 추가로 가입하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불법 사금융 신고를 접수·조사한 결과 ‘유사수신’ 업체로 확인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관련 법령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은 채 예금이나 투자금을 모으는 유사수신 행위를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일단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문을 닫고 잠적하기 때문에 유사수신 업체에 자금을 맡긴 소비자는 순식간에 피해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공인된 가상화폐인 것처럼 꾸며서 자금을 모집해 온 ‘○○코인’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까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설치한 후 8000원을 입금하면 1만 원의 가상화폐를 돌려주는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꾸며서 가입자를 모아 왔다가 금감원에 유사수신 업체로 적발됐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저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자, 이를 악용해 예금이나 투자금을 가로채는 유사수신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금감원이 수사기관에 통보한 유사수신 업체 수는 지난 2013년부터 올 9월까지 모두 276곳에 달했다. 2011년만 해도 한 해 적발 업체 수는 48곳에 불과했으나 2013년 들어서면서 1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들 유사수신 업체는 불법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주소를 옮기거나 업체명을 바꾸는 식으로 영업을 지속해 ‘독버섯’과 같은 질긴 생명력을 과시한다.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종전만 해도 주식 투자나 부동산 개발 등을 가장해 높은 시세차익이나 임대 수익을 약속하고 투자금을 가로채는 고전적인 수법이 널리 쓰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새로운 금융기법을 내세우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유사수신 업체가 제시하는 투자형태를 보면 주식투자(26.2%)와 부동산 개발(23.8%)을 가장한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해외펀드 투자나 호텔임대 사업 등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자금을 모으는 식이다.
또 골드바 유통, 납골당·수목장 분양, 보석광산 개발, 쇼핑몰 사업 투자 등을 가장한 경우도 24.4%에 이르렀다. 이들은 정상적인 영업으론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투자받은 돈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확정 금리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 ‘100% 원금 보장’ ‘등록필 업체’ 등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해 마치 안전하고 합법적인 금융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일부는 가정주부, 설계사 등을 투자자 모집책으로 활용해 유치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해 주는 다단계 수법도 활용했다.
유사수신 행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소기업에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투자가에게는 최대 연 3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면서 자금을 모은 삼부파이낸스의 부도를 시작으로 유사수신 업체가 줄줄이 무너지면서 전국적으로 피해자만 20여만 명(피해액 1조7000억 원)이 생겨났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 금융 사기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금융회사 명칭을 사용하는 업체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을 경우 합법적으로 금융 사업을 하는 제도권 회사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면서 “서민금융 1332(s1332.fss.or.kr) 홈페이지를 통해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유사수신 행위가 의심되는 업체인 경우에는 즉시 상담전화(국번 없이 1332)나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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