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미군의 모든 전투병과가 여성에게 개방된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예외 없음(No Exceptions) 정책’에 따라 여군이 참여할 수 없는 병과 및 보직을 없애기로 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로써 여성이 탱크를 몰고, 박격포를 쏘고, 보병 부대를 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으며, 금녀의 집이었던 레인저, 그린베레, 네이비실과 같은 특수부대에서도 여성이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1948년 인종 혼성부대 편성, 2011년 동성애자의 군 복무 허용에 이은 3번째 미군 조직 대변혁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 아이 제인(G.I. Jane)’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여성 전투병의 대표적 이미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 여전사다. 아마존이란 고대 그리스어로 ‘아마조스(유방이 없는)’란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는 아마존 여전사들이 활을 사용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오른쪽 가슴을 불로 지지거나 도려냈다고 전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남미의 강 이름이 아마존이 된 것은 스페인 정복군이 아마존강 상류에서 원주민 여전사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러나 실상은 남녀 혼성부대였다. 체첸전쟁에서의 에스토니아 여자 용병부대 이야기는 이미 전설이 됐다. 스키를 타고 다니며 저격한다는 에스토니아 여전사 이야기는 당시 러시아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과장된 이야기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러시아군이 입은 심리적 타격은 심대한 것이었다.
여성 전투병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여성도 병역 의무를 지고 있는 이스라엘에도 여성 전투병은 드물다. 포로가 되면 성적 수모를 당하기 쉬우며, 또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군 사기가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캐나다는 미국보다 앞서 1989년에 여성들에게 전투병과를 허용했지만, 막상 여성 참여율은 보병 0.5%, 기갑 2%, 포병 4%에 불과하다. 또 미 해군이 전투함을 개방하자 여군 임신이 늘어났다.
그러나 능력이 되는데도 여성이라고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이 현재 여론의 추세다. 물론 이것이 여군의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전투병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남녀 모두 공통된 기준에 따라 능력만 되면 무슨 역할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시도 싫지만 우대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 현대 여전사들의 입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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