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 ‘바람 불던 날’, 비단에 채색, 2010.
백지혜, ‘바람 불던 날’, 비단에 채색, 2010.
내 마음속에 어린 소녀인 내가 있다. 수줍지만 밖에서 뛰어다니기를 좋아했던 그 시절의 소녀. 길가에서 토끼풀로 반지를 만들고, 갓털 달린 민들레 씨앗을 멀리멀리 불어서 날리던 소녀. 툭하면 울어서 수도꼭지라고 불렸던 소녀. 그 어린 소녀를 생각하면, 보드라운 마음이 되살아난다.

한국화가 백지혜(40)는 고운 비단에 곱디고운 색으로 어린 소녀를 그린다. 그는 “첫눈을 기다리며 설레던 마음, 나무 그림자 아래 지친 마음을 잠시 쉬어갔던 순간, 풀숲에서 들꽃을 발견하고는 나만의 보물을 찾은 듯 기뻤던 기억. 어쩌면 누군가에게 별것이 아닌 지극히 소소한 느낌이며 이야기일 수 있는 것들이 저에게 영원히 남기고 싶은 기억이 되고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그렇게 일상에서 찾게 되는 작은 이야기들이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고, 제 그림 속의 소녀들이 대신해 관람자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지요”라고 한다.

작품 속 소녀들로 그 시절의 나를 만나서, 마음의 휴식을 찾고, 잔잔한 미소를 보내면서.

선승혜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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