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범법자가 법치(法治)를 조롱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불교총본산 조계사’가 그 본거지로 이용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3주 넘어 계속되고 있다.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7일 “노동 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000만 노동자의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면서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달라”고 했다. 지난 4월 이래 불법 시위 주도 혐의로 발부된 체포영장이 누적된 데 이어, 지난달 14일 폭력시위로 끝난 서울 도심 시위를 선동한 직후 조계사로 피신한 그가 신도회의 퇴거 압력에 밀려 6일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던 약속마저 저버린 셈이다.

한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한 신도회’라는 막된 말로 신도회 측의 퇴거 요구에 맞서면서 “자승 총무원장 스님을 알현해 이렇게 내치는 것이 부처님의 뜻인지 가르침을 달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1·14 폭력시위 당시 “노동자·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나라를 마비시킬 수 있다”며 ‘청와대 진격’을 외친 그의 ‘약자 흉내’가 가증스럽다. “사찰은 나를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 객(客)으로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고도 했다. 적반하장에다 최소한의 예의나 품격도 찾아보기 어렵다.

법치 조롱을 계속하는 그에 못잖게 ‘중재’ 운운의 가당찮은 자세로 법과 불법의 경계를 흐려온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행보도 더 지켜보기 민망하다. 한 위원장이 “노동 개악이 중단되면 화쟁위 도법 스님과 함께 출두할 것”이라고 한 둔사에 굳이 의미를 부여, “출두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고 밝힌 것도 ‘중재’운운의 연장이다.

조계사는 조계종 직할 사찰이고, 총무원도 같은 경내에 있다. 그만큼 조계종의 책임(責任)도 무겁다. 화쟁위의 접근 방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종단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신속히 정리하고, 조계사가 범죄의 본거지로 점거되는 일이 없을 것임을 국민과 신도 앞에 밝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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