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상 지위 남용, 거래 거절, 부당 강요, 끼워팔기, 담합, 사업 방해는 공정거래법과 그 시행령이 금지하는 행위들이다. 이런 행위를 일삼는 조직이 있다. 무슨 악덕 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국회 이야기다. 지금 국회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일을 대놓고 하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이 보장하는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법안 심의를 아예 거절하는 거래 거절 행위, 법안 맞바꾸는 부당 강요, 경제 살리는 법안에 경제 죽이는 법안 끼워 팔기, 법안을 서로 주고받는 담합, 여론을 동원해 법안 통과 방해하기….
문제는 보물과 쓰레기도 분간하지 못한 채 맞바꾸기와 끼워팔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얼마 전 면세점 영업을 제한해 서울 송파구와 광진구의 경제를 죽이더니,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대리점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필경 대리점을 모두 죽이게 생겼다. 대리점은 중세에 직원을 파견하기 어려운 지역에 그 지역의 토착민을 활용해 사업을 하던 제도다. 로켓 배송으로 2시간 내에 무엇이든 배송되는 한국에서 이 사업은 사양(斜陽)산업이다. 대리점과 분쟁을 염려하는 기업주는 차제에 직영점으로 전환할 게 뻔하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도 문제다. 이 법안의 핵심인 청년의무고용제는 평균 연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이면서 300명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은 상시근로자의 5%씩 매년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로 여유가 없는 기업은 연매출 1000억 원 미만 또는 종업원 수를 300명 미만으로 줄일 것이다. 아니면 시간제 고용을 활용하거나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 것이다. 있던 일자리도 없어지게 생겼다.
이번에는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과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을 여야가 서로 맞바꿀 분위기다.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매우 위험한 법안이라는 점은 여러 경제학자와 언론이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다. 무엇보다 사회적경제는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의 작동 원리에 반한다. 거대한 조직을 갖춰야 하며, 5년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이미 수많은 기금이 있고, 95% 정도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사회적경제기금은 민간 지원으로 운영한다지만, ‘한·중 FTA 피해대책’의 일환으로 ‘농어촌상생기금’ 조성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팔을 꺾어 받아낼 것이다. 사기업을 정부의 제2금고쯤으로 보는 듯하다. 이 기금은 거대한 조직의 운영비, 사회적기업·협동조합·자활기업·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을 지원토록 돼 있다. 거대한 조직, 즉 사회적경제위원회, 시·도사회적경제위원회, 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경제원, 통합지원센터 등의 운영을 이 기금이 아니라면 결국 세금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설립된 7800여 개나 되는 협동조합의 90%는 좀비(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라는 보도가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공기관이 연간 구매예산의 5% 내에서 의무적으로 사야 하므로 혁신과 경쟁이 필요 없다. 정부 재원을 타내기 위한 그들만의 경쟁만 치열할 것이다. 5%면 이들이 생산하는 거의 모든 걸 구입하고도 남을 것이나, 정부 보조가 끊어지는 순간 생명이 다한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아까운 세금만 버리고 말 것이다. 국회는 정신 차려야 한다. 더 이상 국정을 오도(誤導)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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