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에 ‘노동법 개정 반대’요청
내일까지 韓 퇴거하지않을땐
신변 보호·중재役 중지 입장
韓 페북에 “참는게 능사아냐”
자신 도와준 조계사 비아냥
불교계 “도와달랄땐 언제고”
“화쟁위 정치개입” 비난 여론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가 결국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퇴거시한을 못 박아 통고한 것은 ‘범죄자를 숨겨준다’는 사회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8일 노동계와 화쟁위 측에 따르면, 화쟁위는 민주노총 측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노동법 연내 개정을 반대하는 공식 당론을 정하면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해야 한다고 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 위원장이 “노동법 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이곳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다”며 약속한 6일까지 퇴거를 거부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 화쟁위는 야당이 노동법 개정 반대를 확인한다면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화쟁위에 위임하고, 9일까지 퇴거하지 않을 경우 신변 보호와 중재 역할을 중지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도법 스님은 7일 국회를 방문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민주노총 측에 전달한 조건을 설명했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이번 임시국회에서 노동 5대 법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한 상황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비정규직과 파견근로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이 수정되지 않으면 연내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며 도법 스님의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법 스님은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모든 것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쟁위가 노동법 개정 등 정치적 사안에 깊이 관여하는 데 대한 비난도 높다. 화쟁위는 정부와 여당이 화쟁위가 주관하는 노동법 개정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도법 스님은 이날 국회 방문 시 “화쟁위가 한 위원장 자진출두 실패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며,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는 등 여당 관계자와의 접촉도 시도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는 면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법 스님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려고 한다”며 “일단 정부와 여당과 만남 자체가 안 되고 있지만, 계속 두드릴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 논의기구에는 새정치연합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참여를 약속했다. 한국기독교교회연합(NCCK) 등 일부 종교계도 참석 의사를 밝혔다. 화쟁위는 8일 6차 연석회의를 마친 뒤 정부와 여당, 시민사회, 종교계가 노동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에 뜻을 함께해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조계사 신도회는 화쟁위의 이런 움직임에 따라 한 위원장에 대한 퇴거 요청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조계사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6일 약속대로 나가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화쟁위와 조계사가 불협화음을 계속 내면 종단에도 좋을 게 없어 화쟁위를 지켜보며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사 신도회는 아직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식 일정도 잡지 않았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 위원장은 오히려 페이스북을 통해 조계사를 비난하는 뉘앙스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한 위원장은 7일 “이천만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부처님께 올리는 가장 큰 보시일진대 요즘은 권력의 눈칫밥을 드신다”고 비난했다. 조계사에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요청한 뒤 온라인상에는 조계사를 비난한 글을 올린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어 “사찰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며 “객으로 한편으론 죄송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불교계 일각에서는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불교를 비판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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