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오전 5시 서울 양천구의 신정2지구대에 의문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때마침 인근의 한 은행에서 보안경보가 울려 보안업체와 경찰이 함께 출동하던 중이었는데 은행에 갇혀 있다는 한 남성의 신고가 접수된 것. 그러나 경찰이 도착했을 때 현장에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출동한 경찰관들이 장난 신고인 것 같아 현장을 빠져나오려던 순간, 은행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위를 보니 현금자동인출기(ATM) 바로 위의 천장이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뚫려 있었다. 서둘러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천장 내부를 들여다본 경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장 구조물에 끼여 오도 가도 못한 채 울먹이는 A(43) 씨를 발견한 것.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A 씨는 이날 새벽에 홀로 ATM기기가 있는 건물로 들어왔다. ATM기기 뒤편 은행 안으로 넘어가기 위해 쓰레기통을 밟고 올라간 A 씨는 판자 재질의 천장을 쉽게 뚫고 천장 안으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천장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던 구조물에 몸이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 A 씨는 결국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제 손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A 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 1일 검찰로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절도미수 혐의 적용을 고려했으나, A 씨가 워낙 만취 상태라 실제로 절도를 저지를 수 없는 상황이었고 본인도 자신이 왜 천장에 갇히게 됐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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