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STX조선해양에 4500억 원을 또 투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가 조선을 비롯한 한계산업 구조조정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정상적 구조조정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 채권단 회의를 열고 STX조선에 대한 4500억 원 지원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지원금은 2013년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결의한 4조5000억 원 가운데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은 돈이다.
STX조선이 4조여 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받고도 여전히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이번 4500억 원이 신규 지원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투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외 조선 산업의 가장 큰 원인인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자금 수혈이 오히려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2420만 GT에 그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이후 감소한 수주량이 내년에도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연구원은 예상했다. 저유가로 국내 조선사들의 주 수익원인 해양플랜트, 에코 선박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와 산업은행이 4500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STX조선의 위기가 내년 총선과 후방산업에 미칠 타격 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이어 STX조선까지 정부 수혈을 받아 당장 눈에 띄는 구조조정을 보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이 해소되려면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구조조정을 막고 있다. 공멸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일본과의 경쟁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대형 조선사는 2개, 중소형 조선사는 3∼4개사로 축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해 2008년 200여 개 조선사가 연내 35개사, 수년 내 10개사로 축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