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야구協·명지전문대 운영
지금까지 1064명 거쳐간‘산실’
“단 한 번의 오심이 승부 악영향”
교육시간 못 채우면 바로 ‘아웃’
모의 게임 통한 실전훈련 실시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명지전문대 대운동장.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심판학교 일반 과정 교육생 110명이 ‘세이프’와 ‘아웃’을 번갈아가며 목청껏 외쳤다. 심판 판정의 기본이 되는 ‘기본동작’ 숙지를 위한 반복 훈련.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지만 심판 교육생들은 우렁찬 목소리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추위를 날려버렸다. 마치 군대 연병장을 방불케 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김호인(61) KBO 심판학교장은 “기본자세는 심판의 자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이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본기를 다듬고 있다”고 설명했다. KBO, 대한야구협회, 명지전문대가 공동 운영하는 야구심판학교는 지난 2009년 개설돼 올해로 7년째다. 이전까지는 KBO 자체적으로 심판학교를 운영했다. 사회인야구가 활성화되는 등 야구의 저변이 확대되고,
심판 수요가 늘어나면서 양질의 심판 양성이 필요해졌기에 심판학교를 확대 개편했다.
야구심판학교에서는 KBO 심판 6명과 대한야구협회 심판 6명이 강사로 후학을 가르친다. 또 심판학교 이수자 출신 등 20명이 조교를 맡는다. 정원은 일반 과정 100명, 전문 과정 60명. 일반 과정은 일반인이, 전문 과정은 아마추어 심판이 대상이다. 매번 신청자가 정원보다 많아 정원을 초과하더라도 모두 교육대상에 포함한다. 지금까지 총 1064명의 교육생이 야구심판학교를 거쳐 갔다. 올해는 지난 11월 13일 ‘개강’했으며 일반 과정 110명과 전문 과정 98명이 오는 2016년 1월 수료하게 된다.
일반 과정 교육 기간은 10주. 수료한 뒤엔 사회인야구, 또는 리틀야구의 심판을 맡게 된다. 2년 이상의 경험을 쌓게 되면 학생야구 심판이 되고 더 경험을 쌓으면 KBO 리그, 즉 프로야구의 심판이 될 수도 있다. 전문 과정은 5주간 교육이 진행된다.
KBO 심판위원장 출신인 김 교장은 “강사들에겐 교통비 조로 약간의 수당만 지급할 뿐 사실상 자원봉사라고 보면 된다”며 “교육생들이 내는 30만 원의 교육비는 대부분 시설을 대여하고 심판용 점퍼와 모자 등을 구매하는 데 쓰인다”고 말했다.
교육 과정은 무척 까다롭다. 이론과 실기 수업을 병행한다. 복잡한 야구 이론을 이해하고, 암기해야 한다. 또 세이프·아웃, 스트라이크·볼을 판단하기 위한 올바른 위치 선정, 관중과 선수·코칭스태프에게 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제스처, 공이 심판을 향해 날아올 때 피해야 하는 방법 등을 ‘복합적’으로 배운다.
일반 과정 4주차 실기 수업에선 도루 판정법을 중점적으로 익혔다. 도루 시도가 있을 때 심판은 주자의 주루와 포수의 송구를 방해하지 않는 지점에 위치해야 한다. 또 야수가 태그하는 순간을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2루 베이스보다 앞쪽, 주자의 뒤편에서 자리잡아야 한다.
김 교장은 “야구심판은 주심, 1루심, 2루심, 3루심 등의 역할이 모두 다르다”며 “교육생들은 10주간의 짧은 기간에 이 모든 걸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모의 게임을 통한 실전훈련도 실시한다. 직접 세이프냐, 아웃이냐를 판정하고 평가받는다.
심판학교 교육생들의 이력은 다양하다. 송원호(24) 씨는 프로야구 내야수 출신. 심판이란 새로운 야구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심판학교에 입학했다. 송 씨는 2013년 KIA에 입단했지만 2군에 머물다 올해 유니폼을 벗었다. 과거 해태와 LG에서 투수로 활동했던 아버지(송유석·49)의 뒤를 이어 야구를 업으로 삼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송 씨는 “빨리 새 진로를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심판학교에 들어오게 됐다”며 “아버지 등 가족들은 물론 나도 아쉬움이 컸지만 심판이란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KBO 심판이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고 말했다.
2010년 베네수엘라 여자야구월드컵대회에 선발투수로 출전했던 한주연(35) 씨는 여자야구팀 ‘떳다볼’의 에이스. 이번 교육생 중 10명은 여성이다. 한 씨는 “외국엔 여자심판이 많다”며 “한국 최초의 여성 국제심판이 되고 싶은 게 꿈”이라고 밝혔다. 신경과 전문의인 정두신(50) 씨는 사회인야구인. 정 씨는 “의사들끼리 야구를 하다 규칙 때문에 다투는 경우가 있다”며 “야구 규칙과 판정을 전문적으로 배우면 그라운드에서 언성을 높일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현역 육군 원사인 양성규(45) 씨는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했다. 양 씨는 “나이가 들어 어릴 적 꿈을 다시 찾아가는 것 같아 즐겁다”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야구 심판으로서의 균형감각, 권위는 장병들을 통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주 동안,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교육이 진행된다. 모두 15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16시간 이상 빠지면 수료할 수 없다. 일반 과정이지만, 교육 강도는 무척 세다. 강사와 조교들은 목소리가 조금만 작아지거나 동작이 느슨해질 경우 반복 교육으로 ‘응징’한다. 강사를 맡고 있는 김정 KBO 심판은 “단 한 번의 잘못된 판정이라도 승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교육생들이 심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완벽하게 갖출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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