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엮고 보자는 식
수사하며 단서 마련하는셈”


올해 검찰의 대표적 사정수사로 손꼽혔던 포스코 비리 사건 등은 시작부터 청와대 하명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충분한 내사 없이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 성과를 내기 힘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수사는 지난 3월 중순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검찰이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2월 말 검찰 인사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 진용이 갖춰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수사가 진행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 하명이라 해도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명 수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한 수사는 결국 8개월이나 지나서야 일단락됐다.

검찰의 한 인사는 “기업 범죄는 구체적인 단서를 잡고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수사하면서 단서를 마련하려고 하니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던 것 아니냐”며 “하명 수사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2013년 CJ그룹 사건의 경우 검찰은 5월 21일 공개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이재현 회장을 소환했고, 7월 이 회장 등 핵심 당사자들을 기소하는 등 이번 포스코 수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도 하명 수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합수단이 꾸려져 전·현직 군 수뇌부들을 대거 수사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는 등 재판에서 고전하는 모습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소라는 결론을 내놓고 수사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기소를 전제로 어떻게든 엮고 보자는 식으로 하다 보니 법원에서 무죄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이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척결을 앞세우자 서울중앙지검은 특수부 4개 부서를 모두 투입하며 관피아 수사에 집중했다. ‘정윤회 국정개입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수사에 대해서도 야권에선 ‘현 정권 입맛에 맞춘 수사’라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나 원전비리 수사 등도 모두 청와대의 관심사를 반영한 수사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하명 수사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제대로 된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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