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유전체) 연구는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혁명을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이 우리나라가 바이오산업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서정선(사진)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은 9일 “유전체 정보를 전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신생 벤처 육성 등을 국가가 우선 사업으로 놓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의대 교수인 서 소장은 인간 게놈 분석의 국내 선두주자이며, 관련 벤처기업을 출범시킨 바이오분야 1세대 벤처사업가다. 8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주관 ‘테크플러스 2015’에서 인문·예술·첨단기술 분야 혁신리더 8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서 소장은 “미래는 노인 인구가 크게 증가해 세계 각국이 나라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현재의 치료중심 의학을 예측의학으로 옮기는 정보의학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의학은 사람들에게 미래 생활습관을 교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질병을 피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 정보의학의 핵심이 1999년 10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미국에서 공개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 초안이다. 서 소장은 “인간 게놈은 우리 몸의 설계도로서, 이를 잘 알게 되면 미래의 질병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며 “예를 들면 암과 치매·당뇨 등의 질병유전자부터 우유를 먹으면 설사하는 사람, 절대음감 등의 모든 유전자 정보가 게놈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놈 유전자 분석의 대표적인 사례가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다. 서 소장은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유전자를 확인, 유방암 확률이 87%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후 유방절제술을 통해 유방암 발병확률을 5%로 낮췄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게놈 연구가 한창이다. 서 소장은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연두교서에서 정밀의학시대를 선언한 것도 게놈을 통한 맞춤의학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게놈을 통한 맞춤의학은 임박해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2000년에는 한 사람의 게놈을 분석하는 데 25억 달러가 들었지만, 2015년에는 1000달러로 가격이 하락했다”며 “이는 혁명의 전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대 정보기술(IT) 혁명이 시작된 것은 PC 가격이 1000달러로 하락하면서 지성들이 각 컴퓨터를 연결지어 인터넷을 탄생시킨 것”이라며 “3∼5년 사이에 인간 게놈으로 인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우수한 IT기술과 의료기술의 강점을 토대로 게놈 분야에서 세계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게놈 분석은 870명 정도가 완료됐으며, 곧 1만 명의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 소장은 “정부가 국가 사업 우선순위로 정해 추진하고, 유전체 정보를 전달하고 개발하는 벤처도 1000개 이상 육성한다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혁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