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로 교수가 지난 8일 경기 수원시의 성균관대 자연과학대학 캠퍼스 수성관 학장실에서 스포츠과학부 학생들이 사용하는 골프 클럽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장경로 교수가 지난 8일 경기 수원시의 성균관대 자연과학대학 캠퍼스 수성관 학장실에서 스포츠과학부 학생들이 사용하는 골프 클럽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장경로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대학장

“국내 스포츠 마케팅에서 골프가 이젠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계의 대부로 통하는 장경로(47)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대학 학장을 지난 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서부로 성균관대 자연과학대학캠퍼스 수성관 학장실에서 만났다. 장 교수는 “1998년 전후로 메이저리거 박찬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박세리라는 걸출한 스포츠 스타가 등장했고 스포츠 마케팅의 효시가 됐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서울대 졸업 후 미국 뉴욕대에서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 교수는 뉴욕에서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농구(NBA)를 경험하면서 스포츠 마케팅에 눈을 떴다. 야구장에 엄청난 팬들이 몰려들고, 구장 곳곳의 기념품 판매장에서 유니폼이 ‘불티’ 나게 팔리는 것을 보곤 ‘이거다!’ 싶었던 것.

스포츠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스포츠 경영학을 가르쳤다. 박찬호와 박세리가 성공한 이후 미국의 대학엔 스포츠 마케팅을 배우려고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넘쳐났다. 장 교수는 2001년 성균관대로 부임했고 3년 전까지 스포츠과학부 학과장을 맡았다. 올해 초 스포츠과학대학 학장이 된 장 교수의 관심 분야는 ‘커스터머 서비스’다. 장 교수는 “스포츠에서 커스터머는 경기장의 팬이 될 수 있고, 헬스클럽의 회원이 될 수 있다”면서 “만족하게 해줘야 팬과 회원들이 더 많이 찾아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대학 2학년 때부터 골프를 배웠다. 부모님께서 체육학과 다니면 골프를 하는 게 좋다며 ‘강제’로 연습장에 데리고 갔다. 칠순을 넘긴 부모님은 지금도 남쪽 지방으로 원정 골프를 즐기는 ‘열혈 골퍼’란다. 장 교수는 대학에 다닐 때는 연습장에만 다니는 정도였지만, 미국 유학시절 골프를 자주 즐겼다. 잭 니클라우스가 다니던 오하이오주립대에는 36홀짜리 회원제 골프장이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부 경기가 열릴 정도로 빼어난 코스이며, 재학생들은 연간 200달러만 내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레인지에서 연습하는 비용보다 골프장에서 직접 라운드하는 비용이 더 저렴할 정도였다.

장 교수의 베스트 스코어는 2오버파 74타다. 꼭 한번 언더파를 쳐보자고 다짐하지만,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장 교수는 “대학에서 보직을 맡다 보니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 한동안 골프장을 거의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전 열린 교수 골프대회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장 교수는 모처럼 필드에 나간 탓에 핸디캡을 18(90타)로 놓았지만, 실제론 79타를 쳤다. 그날 모임의 ‘메달리스트’가 됐다. 사회자가 시상식을 하면서 “핸디캡을 불성실하게 적었다”고 ‘타박’했을 정도. 속인 타수만큼 벌주를 받아야 한다길래 10여 잔을 거푸 마셔 기절 직전까지 갔단다.

장 교수는 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최경주에게 특강을 부탁했다가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성균관대는 600년 전통의 유교를 숭상하는 곳. 총장 등 수백 명의 교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최경주는 독실한 기독교인답게 강연을 ‘하나님’으로 시작해 ‘하나님’으로 끝냈다. 술렁이는 객석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00여 분 동안 흔들림 없이 ‘간증’하는 최경주를 지켜보면서 그의 별명이 ‘탱크’라는 걸 수백 번 떠올렸단다. 최경주는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다하고 강단을 내려왔다.

장 교수 역시 ‘골프 대디’ 다. 유학시절 태어난 딸(장지호)은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골프를 곧잘 쳤고, 미국에서 중학교 때까지 아마추어 무대를 휩쓸었다. 국내로 돌아와 경기 성남 동광고를 다니면서도 골프를 했다. 하지만 국내 학생 선수 수준이 높아 입상은커녕 컷 통과를 못 하는 경우가 잦았다. 장 교수는 새벽부터 딸과 함께 골프장에 가 연습을 지켜봤고, 경기가 끝나면 집으로 데려오는 ‘골프 대디’ 생활을 2년 이상 했다. 하지만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제대로 된 뒷받침이 어려웠다. 그리고 고3인 딸은 일반계로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면서 골프 중단을 선언했다.

장 교수는 성균관대에서만 14년을 근무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골프 스타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고진영, 이민영, 이미림, 이일희, 안시현이 재학 중이며,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는 졸업반이다. 호주교포 이민지는 내년 경영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졸업생 중에는 홍순상과 김대섭, 허윤경이 있다. 장수화는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배상문도 입대 전까지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이곳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경주는 이미 수업 요건을 다 충족했지만, 논문은 은퇴 후 쓰겠다고 해 휴학생이다. 최경주는 스포츠 마케팅을 배웠지만, 자기만의 그립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장 교수는 “지난 10월에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프레지던츠컵은 국내 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골프를 널리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특히 한국 선수의 출전으로 흥미 있게 끝난 대박 이벤트였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국내 스포츠 마케팅은 예전보다 ‘덩어리’가 커졌지만, 아직 미국이나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시장규모가 작은 편”이라면서 “산업 규모가 더 커져야 하고, 정부의 스포츠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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