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디지털 혁명으로 언론 미디어 생태계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으나, 언론중재법이 제시하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 방법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법이 사회 변화에 따른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지 못할 때 법치주의는 퇴색되고 법의 생명력은 반감된다. 요즘 같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기사는 검색을 통해 존재한다’고 한다. 인격권 침해 보도에 대해 통상의 정정보도가 된다 하더라도 원기사는 인터넷상 그대로 남아 있어 검색되고 유통된다. 침해 상태는 상존하며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거나 증폭된다.
언론 조정 절차에서도 많은 피해자가 침해 기사의 삭제를 원한다. 사람의 인격권을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기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재 가치가 부정돼야 한다. 이러한 보도로부터 진정 피해자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길은 검색과 기억에서 지우는 것이다. 대법원도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방해배제 청구권으로서 기사삭제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실무상으로도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과정에서 기사삭제의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당연한 법리와 실무 관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언론중재법을 현실에 맞게 정비해 기사삭제 청구의 조정 절차를 도입하자는 게 언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건 아니다.
이미 법원의 판결·조정·화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중재 등에 의해 삭제·정정 등 구제가 확정됐으나, 원보도 내용이 이른바 펌글로 인터넷에 복제·전파되는 경우, 그에 대해 이미 확정된 구제 절차를 반복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구제가 확정된 내용인 만큼 언론중재위원회의 간이한 직권조정이나 임시조치 절차를 통해, 또는 피해자가 위 확정된 판결 등을 검색 사업자에게 제시해 적절한 조치를 하게 한다면, 보다 간명하고 신속하게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은 기사의 파급력에 편승해 일파만파로 피해를 증폭시킨다. 댓글이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피해자가 게시자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게시자들이 익명이거나 그 수가 너무 많은 경우 그들을 일일이 찾아내거나 모두를 상대로 조치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이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한 가장 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언론 기사에 달린 댓글은 기사와는 주종의 관계에 있는 것이고, 언론사 등은 그 게시판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으므로, 이러한 댓글에 대해 언론사 등을 상대로 그 삭제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떤가? 최근 유럽인권재판소에서도 불법임이 명백한 댓글을 지체 없이 제거하는 조치를 하지 않은 포털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댓글은 뉴스 서비스 콘텐츠의 일부로서 뉴스 서비스와 일체를 이루는 것으로 보고 있다(Delfi AS v. Estonia Case).
언론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등의 조정신청을 하는 경우 일괄해 댓글에 대해서도 함께 신청, 처리한다면 분쟁 해결의 일회성과 경제성을 함께 도모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모든 댓글이 아니라 언론 보도와 관련된 댓글만 언론 보도에 준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처리하자는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언론사나 포털사 등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한 부당한 침해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절하게 피해 회복 조치를 해주는 게 언론의 정도이자 디지털 시대 언론의 책무일 것이다. 자신이 보도한 기사 등과 관련된 피해구제에 대해 언론조정·중재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 주는 언론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당당한 언론사라는 느낌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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