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손을 잡고 처음으로 공항에 갔던 날을 잊지 못한다. 직원들의 도움으로 탑승 수속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가자 환한 햇살로 눈부시게 빛나는 비행기 주기장이 보였다. 그리고 눈을 더 돌리자 푸른 창공을 닮은 파란 빛깔의 비행기 한 대가 꼬리에 커다란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저 태극마크를 단 커다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멋진 걸까 하는 생각에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승무원에 대해 꿈을 잃지 않고 학창 시절을 보낸 나는 ‘객실 승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올해로 입사 10년 차가 됐다.
입사 초기에는 모든 비행과 과제가 너무 설레어 매일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방의 불을 끌 때면 어서 아침이 되어 푸른 유니폼을 입고 승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나의 몸과 마음은 기름칠이 잘 된 모터처럼 거침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열정에 휩싸여 세계 각국으로 비행을 다니던 나도 담당했던 승객들의 숫자가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6년 차 중견 승무원이 되자, 조금씩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마냥 즐겁기만 했던 비행 업무가 단조롭고 익숙한 일상으로 느껴졌고 결국 열정과 애정도 끝없이 퍼다 쓰면 언젠가는 우물처럼 바닥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지금은 누구라도 슬럼프는 겪기 마련이고, ‘성장통’ 후에 우리는 더욱 성숙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슬럼프라는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는 도무지 그런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일상을 반복하던 중 우연히 선배가 권해준 한 권의 책에서 ‘양질 전환’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양(量)을 무수히 반복하면 언젠가는 질(質)적 변환이 이루어진다는 주장인데, 거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유명인들의 ‘명성과 작품’ 뒤에 감춰진 엄청난 양의 연습과 실패한 습작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모차르트의 위대한 작품 대부분은 그가 작곡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쓰이기 시작했고,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연설가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역시 1980년대 초에는 단상에 나와 준비한 원고를 재미없게 읽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한다.
피카소가 평생에 걸쳐 그린 2만 점이 넘는 작품들, 아인슈타인이 남긴 240편의 논문, 에디슨이 출원한 1000개가 넘는 특허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문득 ‘생각의 파문’을 던지는 작품 한 장을 그리기 위해 수천 장의 습작을 반복했을 피카소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수없이 연습을 반복하는 승무원들의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반복되는 ‘위대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자 길었던 ‘6년 차 승무원의 방황’도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입사 초기에는 모든 비행과 과제가 너무 설레어 매일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방의 불을 끌 때면 어서 아침이 되어 푸른 유니폼을 입고 승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나의 몸과 마음은 기름칠이 잘 된 모터처럼 거침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열정에 휩싸여 세계 각국으로 비행을 다니던 나도 담당했던 승객들의 숫자가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6년 차 중견 승무원이 되자, 조금씩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마냥 즐겁기만 했던 비행 업무가 단조롭고 익숙한 일상으로 느껴졌고 결국 열정과 애정도 끝없이 퍼다 쓰면 언젠가는 우물처럼 바닥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지금은 누구라도 슬럼프는 겪기 마련이고, ‘성장통’ 후에 우리는 더욱 성숙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슬럼프라는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는 도무지 그런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일상을 반복하던 중 우연히 선배가 권해준 한 권의 책에서 ‘양질 전환’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양(量)을 무수히 반복하면 언젠가는 질(質)적 변환이 이루어진다는 주장인데, 거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유명인들의 ‘명성과 작품’ 뒤에 감춰진 엄청난 양의 연습과 실패한 습작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모차르트의 위대한 작품 대부분은 그가 작곡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쓰이기 시작했고,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연설가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역시 1980년대 초에는 단상에 나와 준비한 원고를 재미없게 읽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한다.
피카소가 평생에 걸쳐 그린 2만 점이 넘는 작품들, 아인슈타인이 남긴 240편의 논문, 에디슨이 출원한 1000개가 넘는 특허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문득 ‘생각의 파문’을 던지는 작품 한 장을 그리기 위해 수천 장의 습작을 반복했을 피카소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수없이 연습을 반복하는 승무원들의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반복되는 ‘위대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자 길었던 ‘6년 차 승무원의 방황’도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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