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下) 열악한 수사환경디지털 기기의 활용으로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는 반면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요건이 강화되는 등 입증은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 범죄자의 대응 수법은 갈수록 기민해지지만, 검찰 수사 환경은 해를 거듭할수록 열악해지는 상황이다. 검찰 스스로 대응력을 키우더라도 현행법 체계에서는 ‘범죄와의 전쟁’이 한계점을 노출한 만큼, 검찰 수사를 보완할 선진 형사법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가 됐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조직범죄나 부패범죄 수사환경을 바꾸려는 시도는 지난 2010년 한 차례 있었다. 당시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도)’이 담겼다.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거나 타인의 범죄에 대해 진술해 사건 해결이나 공범 검거에 중요 단서를 제공하는 등 범죄 규명에 협조할 때 기소를 면제하거나 형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부패·테러 등 내부 가담자의 진술 없이는 해결하기 힘든 ‘은밀한’ 범죄에 한해 적용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범죄자 처벌 권한까지 가져간다”는 비판과 ‘범죄자와의 타협’이 국민 법 감정에 배치된다는 지적에 따라 18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법안이 폐기됐다.

검찰의 한 인사는 “당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되기 전이라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시기상조라는 논리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5년 사이 권력형 비리에 대응할 검찰 수사 환경은 급격히 악화된 반면 제도적 보완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 이제 제도 도입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플리바게닝과 함께 입법예고됐던 사법방해죄 역시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법방해죄는 참고인이 범죄자의 형사처분을 면하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처벌하는 제도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중요 참고인이 온갖 거짓말을 해도 처벌할 수 없고, 애써 진술을 받아도 법정에 가서 번복하면 손 쓸 방법이 없는데 이런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7년 이상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범죄에서 핵심 참고인이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영장을 통해 강제로 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도 개정안에 포함된 바 있다.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라 범행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관련 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의 경우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통신제한 조치(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지만 어떻게 협조해야 하는지, 비협조 시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대한 조항이 없다. 지난해 ‘카카오톡 감청 영장 거부 논란’이 촉발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의 범죄가 휴대전화를 매개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선진국은 사업자 감청 설비 설치를 의무화한 법을 1990년대 후반부터 시행하고 있다.

디지털 장부나 스마트폰 일정 관리, 이메일이나 SNS 등이 보편화됐지만 현행법상 디지털 증거는 해킹 등 조작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증거채택이 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요즘과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 관련법과 판례는 유선 전화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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