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구대 문 앞으로 포클레인이 나타난다. 포클레인은 순찰차를 집어 내동댕이치고 전복시킨다. 이러한 행위가 수차례 반복되자 순찰차는 완전히 찌그러지고 지구대 앞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된다. 이른바 ‘쑥밭이 됐다’. 액션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2012년 주차단속에 불만을 품은 어느 40대가 음주 상태로 포클레인을 몰고 경찰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린 실제 사건이다.
국민 대부분이 몇 번쯤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비슷한 장면을 봤을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파출소 난동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난동을 부리는 사람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직업도 다양하다.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고 무기까지도 휴대할 수 있는 경찰관들이 근무하는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니, 단독으로 또는 강제력 없이 공무(公務)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있다.
형법 제136조 제1항은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제144조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공무집행방해죄를 범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서는 7년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한다.(제1항) 또한, 특수공무방해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제2항) 예컨대, 폭력시위를 하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을 쇠파이프로 폭행해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형법 제144조 제2항에 의해 3년 이상 30년 이하의 무거운 형벌에 처해진다.
문제는 이처럼 무거운 형벌이 규정돼 있음에도 공무집행방해죄나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오늘 밤에도 상당수의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행위가 자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고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같이 법이 엄존함에도 법을 무시하는 행위들이 반복되는 것은 법 집행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폭력 영화나 드라마 등이 폭력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지만, 현실적인 폭력 장면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폭력 장면보다 훨씬 더 폭력 유발효과가 있다는 점에는 거의 견해가 일치한다. 여기에 처벌 법규의 존재보다는 처벌 법규의 엄격하고 신속한 집행이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는 형사정책 이론을 더한다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지금처럼 비효율적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법치 문화의 확립은 요원하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69차 전체회의에서 공무집행방해범죄 양형기준에 대해 즉시 수정 작업을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당초 2016년에 시작하기로 했던 수정 작업의 착수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이 역시 최근 폭력시위 등을 포함한 공무집행방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집행방해죄의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법 집행의 엄격성과 신속성 및 공평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후자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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