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검찰이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연구의 진실성’은 출판 환경의 어려움이나 교수평가 기준의 일부 문제점 등 어떠한 이유로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라는 판단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수사대상 대학교수가 30개 대학에서 110개 대학으로 늘어나고 기소 대상 교수도 100여 명에서 179명으로 늘어나는 등 수사가 확대됐다. 이번에 적발한 교수 가운데 서울 명문 사립대 교수는 물론 국립대 등 대학교 학과장 9명이 포함되고 3개 대학에서 6명 교수가 적발되는 등 교수 26명이 2~3권 책에 표지갈이로 허위 저자로 올라가기도 했다. 원저자 24명도 허위 저자 등재를 허락한 혐의로 대부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표지갈이 범행을 뿌리 뽑기 위해 해당 교수들에 대한 징계 등 행정조치를 하도록 교수 명단을 소속 대학에 통보하고 대학들이 교육부가 정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지킬 수 있도록 연구부정행위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또한 대학들의 연구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의교재 또는 연구실적 제출자료 심사를 강화하는 등 각 대학의 연구부정행위 검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지적이다. 검찰은 국제 의학학술지 편집위원회(ICMJE: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저자 등재 기준처럼 합리적인 저자 등재 기준을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형사5부는 남이 쓴 책을 표지갈이 수법으로 자신이 쓴 것처럼 출간한 혐의(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로 국립 S기술대 L 교수와 명문 사립대 I 교수 등 대학교수 7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지방 국립 K대 J 교수 등 허위 저자와 원저자 105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10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또 책과 저자를 알선하고 표지갈이 책을 발간해준 S출판사 L 대표 등 4개 출판사 관계자 5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L, I 교수 등은 지난 2013년 원저자가 아닌 대학 전공서적 ‘제어공학’ 책을 ‘방지기술’로 제목만 바꿔 표지갈이하면서 단독 및 공동저자로 허위 등재해 출간한 뒤 대학 측에 연구실적으로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J 교수는 지난 5월 대학전공책 응용학의 공저자로 저작에 참여하지 아니한 교수 15명을 등재하도록 허락해 책을 발간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출판사 L대표 등은 지난 201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저작자 아닌 교수를 저작자로 표시하는 표지갈이 방식으로 대학 전공서적 38권을 발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책 제목을 변경해 허위 저자를 단독 및 공동저자로 발행하거나 책 제목은 그대로 두고, 표지 디자인만 수정한 채 허위 저자를 가감해 발행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적발된 표지갈이 서적 38권은 건축과 토목, 기계공학, 화학 등 모두 이공계열 전공서적으로, 인문·사회과학 서적과 달리 일반 독자에게 판매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다 구내 서점 위주로 판매되고, 출판사는 표지 디자인 또는 책 제목을 일부 변경해 그동안 적발이 되지 않았다.
허위 저자의 경우, 표지갈이 서적을 연구실적으로 제출하는가 하면 저자로 등재된 서적을 강의교재로 사용해 제자들에게 학문적 권위를 내세울 수 있었다. 출판사는 허위 저자로 등재해 주는 대신 교재로 채택하도록 요청해 전공서적 재고를 처리하는 등 판매를 늘릴 수 있었다. 원저자의 경우, 출판사의 불법을 묵인해 교재 출판 기회를 확보하고, 추가적인 인세를 취득할 수 있는 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의정부=오명근 기자 omk@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