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10월 1일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지요.”

시진핑이 부드러운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이화원의 안가 안, 정원이 보이는 1층 마루방에 셋이 둘러앉았다. 시진핑과 당 서열 2위인 총리 리커창, 그리고 서동수다. 이번 한랜드 내란 사건에 책임을 지고 근신 중이라면서 얼굴을 비치지 않던 리커창이다. 오전 10시 반, 시진핑과 리커창이 이곳 안가로 서동수를 찾아온 것이다. 시진핑이 말을 이었다.

“그 건국이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장관, 다만 새 시대에 맞도록 국가가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다. 베란다 쪽 유리문을 통해 정원의 연못가에 놓인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보였다. 그때 시진핑이 말을 이었다.

“1년 반 후에 장관께선 남북한연방 대통령이 되시겠지요. 아마 틀림없을 것입니다.”

“…….”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민의 열망이 더 높아지겠지요.”

시진핑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관, 지린성은 말할 것도 없고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그리고 산둥성의 인민도 장관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지요?”

“아니, 그것은.”

따라 웃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제 사업 기반이 중국에 있다 보니까.”

“옛날 산둥성 동해안이 백제의 영토였다는 기록이 있지요.”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지도자가 되면 역사 공부는 필수라는 사실이 또 확인되었다. 국가의 제대로 된 역사를 알아야 제대로 통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시진핑이 말을 이었다.

“한반도의 서쪽에 위치한 백제라는 나라가 중국 대륙에 22곳의 영토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정통 역사서에는 기록되지 않았지요, 하지만.”

시진핑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동수를 보았다.

“한국에서는 그걸 가르치고 있지요?”

“물론입니다, 각하.”

어깨를 편 서동수가 대답했지만 자신이 없다. 일제가 36년간 지배하면서 불리한 기록은 다 제거했기 때문이다. 잠깐 정신이 혼란스러웠을 때 다시 시진핑의 말이 이어졌다.

“장관, 남북한연방과 한랜드 사이에 동북 3성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한랜드에 이어서 유라시아로 뚫고 나가는 한민족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시진핑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장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호를 중화민국 대신 대한민국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서동수가 정색하고 물었다. 식당 간판을 바꿔 달지 않겠느냐는 말 같았다. 그때 리커창과 마주 보던 시진핑이 머리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한국인 지도자가 통치해도 말입니까?”

“대륙이 통일되는데 모두 받아들일 것입니다.”

“한반도는 대한민국의 조선성이 됩니까?”

“성 이름은 상관없습니다.”

“중국 인민이 납득할까요?”

그때 리커창이 힐끗 시진핑을 보았다.

시진핑이 머리를 끄덕이자 리커창이 대신 말했다.

“중국 인민은 금(金), 청(淸), 심지어 몽골의 지배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이며 인민들은 어떤 지도자이건 잘살게 해주기만 하면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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