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성취가 곧 한 인간의 사회적 완성으로까지 칭송받는 시절이다. 이른바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대한 꿈은 어느 사회 어느 시절에나 존재해 왔으나, 미국식 ‘민주자본주의’가 전 세계에 일반화된 이후로는 개인의 자유로운 성취욕이 곧 인권(人權)이며, 그 욕구가 얼마나 잘 실현됐는지 여부가 한 사회 발전의 척도가 됐다.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도 자기계발서 시장만큼은 여전히 활황이다. 경기불황이 장기화할수록 불평등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개인들의 성공신화는 항상 ‘팔리는 아이템’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성공을 희망한다. 무엇을 성취해내고자 하는 힘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생물학적 체계단위 중 하나다. 동의학에서는 이를 ‘비취인륜(鼻臭人倫)’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코가 사람들이 무리 짓는 순서를 냄새 맡는다는 것이다. ‘코가 냄새 맡는다(鼻臭)’는 것은 어떤 분위기와 낌새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말한다. ‘인륜(人倫)’이란 인간들이 관계하고 모이는 방식에는 항상 그에 맞는 질서(이른바 윤리·倫理)가 내재된다는 말이다. 요컨대 ‘비취인륜’이란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행위와 그 행위들이 얽히는 보이지 않는 패턴을 느끼고 읽어 내고자 하는 인간의 소양·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의 코가 인륜의 향기에 민감해지면 그 내면은 ‘희성광장(喜性廣張)’하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더 넓게 펼쳐 나갈 줄 알고, 많은 사람에게 베풀고 그들과 함께 기뻐하는 것을 제 천성인 것처럼 할 줄 안다. 어느 영역에서든 소위 입신출세한 인간들을 보면 그들의 행위동기에 이러한 심성이 다 있다. 또한 이러한 마음씀이 반복되면서 동시에 갖게 되는 그 내면의 특징이 ‘낙정촉급(樂情促急)’이다. 낙정(樂情)이란 본래 자신의 거처(居處)가 스스로 즐겁고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 정서가 공적인 사무(事務)관계로까지 넘쳐나게 되면 일처리에 있어서도 이른바 ‘좋은 게 좋은 거지’식의 사고방식이 자리 잡게 된다. 더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만족(최대다수의 최대행복)과 당장의 상황에서 달성될 수 있는 편리가 최고의 행위가치인 것처럼 조장되는 것이다.

내 살림살이(居處)를 좀 더 때깔 나고 편리하며 즐겁게 하고자 하는 욕망(樂情)으로 매일매일 힘써 일하는(事務) 인간의 마음습관을 일컬어 동의생리학에서는 ‘턱에는 교만한 마음이 감춰져 있다(함유교심·암有驕心)’고 한다. 또한 그렇게 드러난 태도를 ‘주책(籌策)없다’고 한다. ‘주책없다’는 말은 뭐든 ‘닥치고’하는 오늘의 성공만능주의를 상징한다. 학생은 ‘닥치고 시험’이다. 조직원은 ‘닥치고 진급’이다. 창업자는 ‘닥치고 대박’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분명하면 전후좌우 잴 것 없이 오로지 그것만 ‘닥치고 성취’하는 게 유일한 인생의 정답(실리)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주책이 없으려면 한껏 교만해야 한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턱을 치켜들고 내 요구사항(교의·驕意)을 당당하게 PR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의 사무는 더 사유화되고, 개인들의 살림살이는 더더욱 종속돼 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찬찬히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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