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호’ 최민식 1년간 감독과 얘기하다 출연 가능한가 투자되나… 의구심 느린 전개? 다 빠를 순 없어 황정민 술 좀 그만 마셔야…
- ‘히말라야’ 황정민 엄홍길 대장 아무 조언도 안해 찍다보니 그 마음 알것도 같아 뻔한 설정? 얄팍한 상술 없어 진짜 무서운 형… 살 좀 빼셔야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두 흥행 배우가 연말 극장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오는 16일 나란히 개봉하는 ‘대호’(감독 박훈정)의 최민식과 ‘히말라야’(이석훈)의 황정민이다. 지난해 여름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쓴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아 국민배우로 우뚝 선 최민식이 ‘대호’에서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변신, 커다란 호랑이와 애틋하게 교감을 나눈다. 또 ‘국제시장’과 ‘베테랑’ 등 자신의 주연작 2편이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 황정민은 ‘히말라야’에서 조난당한 후배의 주검을 찾아 나서는 엄홍길 대장 역을 맡아 절절한 감동을 전한다. 지난 9일과 10일 서울 삼청동과 부암동에서 각각 문화일보와 만난 황정민과 최민식의 인터뷰 내용을 하나로 묶어 정리했다.
‘대호’는 표범, 늑대, 호랑이 등을 해로운 짐승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으로 잡아 없앴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 시대 마지막 호랑이인 지리산 ‘산군’을 쫓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최민식이 연기한 천만덕은 먹고살 만큼만 잡고, 새끼는 절대 죽이지 않는 등 자신만의 철학을 지닌 사냥꾼이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아들만 바라보고 살던 만덕에게 큰 시련이 닥치고, 그는 산군과 최후의 대결을 벌이기 위해 산에 오른다.
‘히말라야’는 지난 2004년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에 성공한 후 하산 도중 조난당해 숨진 산악인 고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이듬해에 ‘휴먼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로 떠난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담았다. 네팔 히말라야와 프랑스 몽블랑, 강원 영월 등을 돌며 촬영한 영상에는 실제 원정대원들이 벌였던 치열한 사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 대원의 주검을 찾아냈지만 오랜 시간 얼어붙은 시신을 산 위에 묻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열하는 엄 대장과 대원들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최민식은 ‘대호’에서 만덕과 산군이 교감하는 설정을 ‘인연’이라고 강조하며 이 영화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신세계’를 마치고 박훈정 감독이 ‘대호’ 시나리오 얘기를 꺼냈어요. 나는 ‘이게 가능해?’ ‘투자는 되겠어?’라는 질문만 던졌죠. 그렇게 1년여 동안 박 감독을 만날 때마다 이 영화 얘기를 하다가 박 감독이 ‘형, 생각 있어요?’라고 묻더라고요. 컴퓨터그래픽(CG)은 어떤 업체가 맡든 최선을 다할 거니 우리는 나머지 반인 드라마에 전력투구하자고 말하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황정민도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사람’이라며 이 영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저는 육체적으로 힘든 연기는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재밌고 즐겁게 찍었던 ‘댄싱팀’ 팀들이 다시 모여 ‘히말라야’를 찍는다고 해서 하겠다고 했어요. 근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보니 ‘오 마이 갓’이더라고요(웃음). 엄홍길 대장과 여러 번 만나 술도 마셨는데 아무 얘기도 안 해주셨어요. 좀 답답했는데 엄 대장을 연기하며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저도 너무 외롭고 힘드니까 아무 얘기도 못 하겠더라고요. 엄 대장이 쓴 책을 보며 펑펑 운 후부터 사람과 사람의 진정한 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엄 대장처럼 펄펄 뛰며 연기했어요.”
‘대호’는 극적인 영화적 장치가 강한 느낌을 전하지만 중반까지 다소 늘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또 ‘히말라야’는 잘 알려진 이야기를 예측 가능한 선에서 풀어내 ‘2%’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배우 모두 자신들의 작품에 강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호’가 조금 느리게 전개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모든 영화가 빠르게 달려갈 수는 없잖아요. 이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천만덕의 무용담을 펼쳐냈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 됐을 거예요. 하지만 100% CG로 만들어낸 ‘김대호씨’(호랑이 연기가 훌륭해 지어진 별명)가 제 몫을 잘 해줘 마지막 결론이 극적으로 승화됐어요.”(최민식)
“재미를 주기 위해 한없이 오버할 수도 있지만 그건 거짓말이죠. 이게 한 사람의 영웅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정상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힘들게 발걸음을 떼는 이야기가 참 좋았어요. 영화적 장치를 통해 더 많이 웃기고, 더 울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얄팍한 상술을 부릴 작품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만족스럽게 다가와요.”(황정민)
‘대호’의 총제작비는 170억 정도로 500만 명이 들어야 본전을 뽑는다. 또 105억 원의 총제작비가 투입된 ‘히말라야’의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이다. 두 배우 모두 서로의 영화에 대해 “잘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은근히 경쟁의식을 드러냈다.
“‘대호’ 제작진이 저와 ‘부당거래’, ‘신세계’를 했던 팀이에요. 다 가족 같은 사람들이죠. 정말 두 영화 모두 잘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떻게 존경하는 민식이 형과 맞붙겠어요. 형 연기를 보면 ‘진짜 무서운 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저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근데 민식이 형 살은 좀 빼셔야 할 것 같아요(웃음).”(황정민)
“대결구도라…뭘 대결해야 하죠(웃음). 두 영화가 닮아 있어요. 산이 나오고 인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요. 제가 건강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히말라야’에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담겨있어서 좋아요. 정민이가 저한테 살을 빼라고 했다고요? 정민아, 가뜩이나 얼굴이 벌건데 술 좀 그만 마셔라. 나도 내년부터 살 뺄 테니…. 둘 다 잘돼야지.”(최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