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합참의장 발언 배경 한반도서 분쟁 발생 땐
유관국 모두 말려들고
‘다중영역 분쟁’ 비화

“北核·SLBM 묵인말라”
中향한 메시지 성격도


미국이 15일 한반도에서의 초지역 분쟁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무력충돌 발생 시 단순히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중국·일본 등 유관국이 모두 말려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국지도발이나 게릴라전·사이버테러 등 이른바 ‘그레이존(gray zone·회색지대) 사태’와 같은 새로운 안보상황을 상정한 측면도 있다. 그레이존 사태란 평시라고 할 수도 없고, 전쟁상황이라고 할 수도 없는 국지 분쟁 발발 상황을 의미한다.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특히 초지역 분쟁 위협요인으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사이버 역량 등을 언급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이에 해당한다. 던퍼드 의장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분쟁은 고립화된 분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만일 ICBM 기술이나 사이버 능력, 우주 역량, 정보작전 분야를 고려한다면 지역분쟁이 어떻게 초지역적이고 다중 영역-다중 기능의 분쟁이 되는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미·중 패권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그레이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의 공해전(air-sea battle) 전략이라는 새 개념과 결합, 일본 아세안국가들과 대중 연합전선을 강화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국방백서 등을 통해 중국과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 민간 선박들의 영해 침범과 북한의 미사일위협 등을 그레이존 사태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하고 있을 정도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던퍼드 의장의 초지역 분쟁 확산 발언은 새로운 미국의 전략적 개념과 일치한다”며 “해양·사이버·우주 안보 문제는 미국이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한 나라만으로 다룰 수 없으며 지역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구체적 위협으로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언급한 수소폭탄 개발을 사례로 들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수소폭탄·SLBM 개발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던퍼드 의장의 발언은 국제협력 등 공동 안보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이 SLBM 개발에 성공해 잠수함에 핵무기가 실리면 일본 본토는 말할 것도 없고 괌과 알래스카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되는 데 비해 한·미·일 정보협력 추진은 미진하다”며 대책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베 총리가 그레이존 사태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강화의 포석이 있다는 점에서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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