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 / 한림대 교수·정치학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관련, 여당 견제의 약화로 보기도 하고 탈(脫)이념적 진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 창당을 부정적으로 봤던 이들은 애초부터 이질적인 결합이라 탈당·분당은 필연이라고 보는 것 같다.

향후 정당 체제의 모습에 대해서도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창당 후 아직 만 2년을 채우지 못한 새정치연합뿐 아니라 현존 정당 가운데 가장 오래된 새누리당의 앞날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새누리당의 공천과 일부의 탈당 가능성은 새정치연합의 내분 상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변화도 일부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이 가장 오래됐다고 해봐야 현재 4년이 채 되지 않았을 정도로 한국의 정당 체제는 지속적이지 못하다.

정당의 존속 대신 정치지도자의 영향력이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한국 정치의 변동성은 오히려 약한 편이다. 정당들이 정책 이념보다 인물 중심이어서 탈당·창당·분당·합당 등이 잦다. 선거 연대는 더 가능하고 따라서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 세력과의 향후 연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인물 중심은 종종 한국 정치의 후진성 구성 요소로 거론된다. 인물과 마찬가지로 지역도 나눠먹기 차원이라는 점에서 생산적인 기준은 아니다.

근대 민주주의에서 정당 제도가 정착하게 된 것은 오랜 진화의 결과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묻지 마 식의 패거리로 정권을 장악해보니 실제 정책 추진에 있어 입장이 서로 달라 정책 만족도가 낮았다. 그래서 정책이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정당을 결성해 정권 획득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권력 획득뿐 아니라 정책이라는 공공재가 더해져 더 큰 전리품을 향유할 수 있었다.

정책이념은 정책의 정합성과 호환성이라는 맥락에서 생산적이다. 따라서 정책이념으로 정당 체제가 편제되는 게 합리적이다. 이 정책이념은 교조적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합리적 정책 기조를 의미한다. 교조적 이데올로기가 배타적이라면, 합리적 정책 기조는 다른 정책과도 양립할 가능성이 크다. 중도는 좌우의 교조적 이데올로기 모두에 대해 양비(兩非)론적 태도를 취하게 되지만, 좌우의 합리적 정책 기조에 대해선 양시(兩是)론적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상대의 정책이념과 양립할 수 없을 정도의 극단적인 정책이념은 민주정치의 안정성을 해친다. 광복 직후의 이념 대립이 그런 예다.

안 의원은 일단 다당제적 정치판에서 중도적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양당제는 양극화로 대립되는 반면, 다당제에서는 중도적 입장이 지배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은 그 반대다. 예컨대 미국처럼 양당제가 정착된 민주국가에서는 좌파 정당 또는 우파 정당이 중도로 옮기더라도 제3의 정당이 그 빈자리를 차지할 수 없으므로 양당이 중도로 옮기기 쉽고 또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다당제에서는 차별성을 부각해야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과격한 색깔을 감출 이유가 없다. 따라서 여러 정파가 극단적인 입장을 견지할 때가 많다.

국회의원의 이념 분포와 유권자의 이념 분포를 비교해보면, 국회의원의 이념이 더 양극화돼 있다. 즉, 좌와 우가 과대 대표돼 있는데 비해 중도는 과소 대표돼 있는 것이다. 인물 중심의 패거리들이 양극화로 유권자를 결집해 배척과 대립을 구조화하는 대신, 정책이념의 합리적인 경쟁에 의해 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권력과 정책이 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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