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루시드폴(사진 오른쪽)이 소속사 대표이자 선배가수인 유희열(왼쪽)과 함께 홈쇼핑에 출연해 신곡을 들려주며 새 앨범을 홍보했다. CJ오쇼핑 캡처
가수 루시드폴(사진 오른쪽)이 소속사 대표이자 선배가수인 유희열(왼쪽)과 함께 홈쇼핑에 출연해 신곡을 들려주며 새 앨범을 홍보했다. CJ오쇼핑 캡처
‘CD·동화·귤’ 패키지로
“재미있게 봐주셔서 다행”
신선한 발상… 9분만에 동나


“본심이 왜곡될까 걱정했어요.”

루시드폴이 세계 최초로 홈쇼핑에 출연해 신규 앨범을 판매한 가수가 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CJ오쇼핑에 출연해 자신의 정규 7집 ‘누군가를 위한’과 제주도에서 직접 재배한 귤, 직접 쓴 동화 등을 묶어 1000개 한정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했다. 싱어송라이터로 음악성을 인정받은 그의 이 같은 행보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결과는 좋았다. 상품이 9분 만에 완판된 것. 이는 음원 시장으로 재편된 가요계에서 거둔 이례적 성과다.

루시드폴은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테나뮤직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속사 식구들과 소주 한 잔 하는 자리에서 ‘CD와 책, 직접 수확한 귤을 같이 팔고 싶다’고 했더니 유희열 대표가 ‘홈쇼핑과 연결해서 팔아보자’고 제안했다”며 “욕을 먹을 것 같아 걱정이 됐는데 많은 분들이 유쾌하게 봐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루시드폴의 제안을 받은 몇몇 홈쇼핑 업체는 이를 거절했다. 전례가 없고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CJ오쇼핑이 ‘신선한 발상’이라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루시드폴은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귤 모양 모자를 뒤집어쓰고 방송에 나섰다.

유희열 대표를 비롯해 정재형, 페퍼톤스, 이진아 등 소속사 식구들이 총출동해 루시드폴을 응원했다. 루시드폴은 “나와 소속사 사람들의 본심이 왜곡될까 걱정했다. 나쁘게 보자면 끝도 없지 않냐”며 “하지만 많은 분들이 더 재미있게 앨범을 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방송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홈쇼핑 출연 자체가 화제를 모으며 앨범의 가치가 가려졌지만 루시드폴의 7집은 2년간 준비한 15곡을 꾹꾹 담아 내놓은 성실하고 실속있는 앨범이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돋보이는 타이틀 곡 ‘아직, 있다’와 ‘4월의 춤’은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 줘’라는 가사가 루시드폴 특유의 호소력 있는 보컬과 어우러져 감정선을 건드린다.

이 외에도 10곡의 수록곡과 그가 쓴 동화 ‘푸른 연꽃’의 사운드트랙 5곡을 묶어 ‘힐링’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루시드폴은 “뭐가 동기가 돼서 썼는지는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 노래나 동화는 듣는 분이나 읽는 분이 보시는 대로 느끼시는 게 맞다”고 여운을 남겼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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