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국회 출근길에 선거구 획정 및 노동·경제활성화 법안의 직권상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기자간담회에서 밝히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국회 출근길에 선거구 획정 및 노동·경제활성화 법안의 직권상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기자간담회에서 밝히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고 있다.
쟁점법안 직권상정 거부에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국가긴급권 거론하며 맹공

鄭의장, 선거구획정안 관련
18일 여야 담판 시도할 듯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노동개혁 5개 법 및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국회법을 위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전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와 직권상정을 요구한 것과 관련, “내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직권상정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직권상정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 의장은 전날 현 수석에게 “대통령과 나만큼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현실적으로 쟁점법안들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가져오면 내가 (직권상정)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정 의장이 직권상정)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재압박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전날 여야 회동 내용을 설명한 뒤 쟁점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이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제85조)은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간 지정의 요건을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여야가 합의한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설정하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다수 법률가가 지금 정국을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실은 물론, 여권 내부에선 전날 청와대가 정 의장에게 직접 직권상정을 요구한 것 자체가 초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적 기류가 정 의장이 청와대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 의장이 이 같은 방침을 정하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부에선 긴급재정경제명령 같은 국가긴급권을 거론하며 정 의장을 추가로 압박하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노동개혁 5개 법과 경제활성화법을 언급하며 “국회가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그다음 기다리고 있는 대통령의 (국가)긴급권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은 법만 이야기하는데 법 위에 있는 헌법은 왜 바라보지 않느냐”며 “(정 의장이)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회주의를 질식시키는 국회선진화법은 헌법에 위반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국회선진화법이 위헌인 만큼 정 의장이 선진화법 규정을 뛰어넘어 직권상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의장은 일단 직권상정 가능성을 열어둔 선거구 획정안을 위한 여야 지도부와의 최종 담판을 18일쯤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이날 또다시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정 의장은 일단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서만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중재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 의장은 중재안으로 현행 지역구 246석과 비례대표 54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을 우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용·박세희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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