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장애소년 렝 군, 한빛부대 도움으로 치료차 입국

양다리가 휘어져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 남수단 소년이 현지 파병 한국군과 국내 병원 및 기업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게 됐다. 이 소년은 남수단 만델라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렝 가랑 렝(11·사진 가운데) 군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남수단 파병 한빛부대(부대장 김병춘 대령)가 치료를 제의한 데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후원을 결정하면서 수술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15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렝 군은 곧바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17일에 교정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렝 군은 내년 1월 말까지 한국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후 남수단으로 귀국해 현지 주립병원과 한빛부대에서 재활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다.

렝 군의 보호자로 함께 입국한 사촌 형 아위엔 뎅 렝(20) 씨는 “우리 가족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사촌 동생이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된다니 정말 꿈만 같다. 어머니와 가족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렝 씨는 “한국은 남수단에서 재건과 의료지원을 통해 도움을 주는 고마운 국가”라며 “이번 방한 치료를 주선해 주신 한빛부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렝 군의 부친은 지난 2009년 수단 내전 중 사망했고, 어머니는 렝 군의 동생을 돌봐야 하는 어려운 형편이다. 렝 씨는 렝 군의 병간호 및 통역이 가능해 한국에 함께 오게 됐다.

한빛부대는 매주 2회 현지마을을 순회하며 대민 의료지원을 펼치고 있는데 지난 10월 남수단 종글레이주에서 렝 군에 대한 진료의뢰가 들어왔다. 종글레이주 정부는 현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치료지원을 한빛부대에 요청했다. 한빛부대는 방문진료를 먼저 실시한 후, 부대 의무대로 옮겨 엑스레이를 촬영한 결과 현재 한빛부대를 포함한 남수단의 의료 수준으로는 다리 기형 정도가 심해 치료가 불가능함을 확인했다.

이에 지난 10월 12∼14일 한빛부대는 비정부기구(NGO) 등 7곳을 접촉했으나 지원이 어렵다는 답신을 받았다. 이에 국내 종합병원 3곳에 후원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 결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수술과 치료비 등을 지원하자고 뜻을 모으면서 극적으로 성사됐다.

치료를 맡은 박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정확한 검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2∼3년 후 보행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합참에 따르면 해외 파병부대의 경우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병 당시 사지절단 심장병 환자 등 현지 어린이 14명에게 방한치료를 주선, 재활 의지를 북돋워 준 바 있다. 2013년 10월에는 남수단 손 화상 어린이를 광림교회 후원으로 치료하기도 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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