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대립으로 백지화 위기에 놓이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국내 자본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상장기업 수는 1620개 사에서 1806개 사로 11.5%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 경제의 활력 저하와 고령화 등의 여파로 자본시장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지난해 말 상장기업 수는 1834개 사로 2010년 당시보다 고작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5년 당시 726조 원 규모던 국내 증시 시가총액도 2010년에는 1239조 원으로 치솟으며 70.7%나 급증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1335조 원을 기록해 2010년 말 대비 불과 7.8% 증가했다.
또 국내 증시의 월평균 거래대금은 2011년 188조 원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엔 122조 원으로 3년 새 35.11%나 감소했다.
이처럼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동맥’ 역할을 하는 자본시장이 성장 한계에 봉착하면서 올해 들어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필요성이 금융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인 거래소 구조 개편을 통해 시장 전체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국 거래소는 2000년대 중반을 전후로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등 구조 개편을 완료하고 글로벌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치권 대립으로 최근 끝내 정기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자본시장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제적인 논리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중요한 법안 사항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내년 국회의원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현 정부 임기 내 처리가 사실상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지연될 경우 구조 개편 추진이 2∼3년 넘게 지연돼 시장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