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상상은 항상 발칙하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불문율을 건드리더니 성공지향주의적인 한국 사회에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고 외쳤다.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은 또 어떤가. 남자의 흉측한(?) 무언가를 떠올렸던 이들을 뜨끔하게 만들며 남자가 소중히 할 수 있는 많은 물건이 있다고 설파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왕따’가 20∼21세기를 관통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그는 “혼자 있으라”고, “고독하라”고 말한다. 책을 몇 권 더 팔기 위한 ‘제목장사’나 단순한 발상의 전환은 아니다. 경험을 통해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흥미롭다.
저자는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한국에서 꽤 성공한 문화심리학자다. 하지만 정년과 연금이 보장된 대학 교수 자리를 반납했고, 그를 찾는 수많은 방송 출연 러브콜을 뿌리치고 2012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의 나이 만 50세가 되던 해다. 그곳에서 일본 전문대학에 입학해 일본화를 전공했다. 이 책에 담긴 그림은 ‘전문대 출신 저자’가 직접 그렸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지난 4년간 총 여섯 권의 책을 출판하게 됐고, 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그리고 마르지 않는 생산력의 원천은 외로움과 고독이었다고.
저자는 항상 현실에 발을 붙이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설득력 있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늘어놓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대중적으로도 꽤 유명한 사람이다. 현재 가장 몸값 비싼 강사 중 한 명이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은 덕분에 그는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다 만나봤다”고 말한다. 그리고 끄집어낸 공통점은 그들 중 대부분은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위치까지 가려고 얼마나 미친 듯이 살았겠는가?”라고 저자는 반문한다.
그런 성공을 쟁취한 이들은 외로울 틈이 없다. 성공의 크기를 가늠하는 수식어를 명함 한 장에 담고 오늘도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난다. 결국 외롭지 않다는 것은 혼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정작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꼭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대다수가 이런 삶을 산다. 외로움을 경험할 틈도 없이 정년이 돼 퇴직하고 나를 대신 설명해줄 명함을 쓸 수 없게 되면 인간은 철저히 외로워진다. 50∼60대에 퇴직해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이를 견딜 재간이 없는 거다. 그래서 요즘 ‘고독사(孤獨死)’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현대인의 삶이 팍팍한 이유는 ‘삶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습득하고 처리해야 할 정보량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런 삶에 치이니 외로울 틈이 있나. 그래서 찾는 곳, 찾는 이가 사라진 뒤 삶의 속도가 느려지면 외로움에 면역되지 않은 사람들은 미친 듯이 괴로워진다. 누구보다 바쁘고, 빠르게 살다가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 일본 교토(京都)의 한 귀퉁이에서 삶의 정상 속도를 찾았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여러 번 고개가 끄덕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