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형사재판 1심 선고 때
325개 14만1442건이나 적용

형법과 혐의 같은데도 刑 높여
특가법조항 등 잇단 위헌 결정
“시대 변화 맞춰 형법 정비해야”


형법이 제정된 이후 반세기가 넘게 범죄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양형기준, 국민의 법감정 등 형벌에 대한 인식도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시대상의 변화에도 기본법인 형법의 전면적인 재정비 없이 특별법만 늘어나고 있어 형사법 체계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립하는 특별법 =‘2015 사법연감’에는 지난해 1년 동안 전국 1심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판결을 선고할 때 적용한 215개(14만1025건)의 특별법이 나온다. 이 밖에도 법률 이름이 명시돼 있지 않은 ‘기타’ 특별법을 통해서도 417건이 처리됐다. 18일 문화일보 취재 결과 ‘기타’에는 총 110개의 특별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법은 매년 신설과 폐지가 반복되지만 폐지되는 특별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2층에서 한 시민이 형사법정 재판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 아래 작은 사진은 특별법 위반 사건으로 빼곡한 재판 안내문 모습.
17일 서울중앙지법 2층에서 한 시민이 형사법정 재판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 아래 작은 사진은 특별법 위반 사건으로 빼곡한 재판 안내문 모습.

형법이나 특별법 체계에 대한 정비 없이 이런 추세대로라면 특별법은 지난해 기준 총 325개에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성범죄의 경우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특별법은 7가지나 된다. 성매매알선등행위처벌법·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성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법·아동청소년성보호법과, 전자발찌와 화학적 거세 등을 규정한 특정범죄자에대한보호관찰및전자장치부착법·성폭력범죄자의성충동약물치료법 등이다. 1994년 제정된 성폭력범죄처벌및피해자보호법은 2010년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과 성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법이 각각 제정되면서 폐기됐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성범죄만 하더라도 특별법이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죄명이 헷갈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도미노 위헌 결정 = 대표적 형사 특별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폭력행위등처벌법(폭처법) 등에는 형법과 같은 혐의인데도 법정형만 높여 문제로 지적되는 조항이 많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정국 불안 시기에 민생 치안 등을 이유로 가중처벌에만 치중해 입법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법이었던 폭처법은 해방 후 사라졌다가 5·16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야간 폭력행위나 시위를 단속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됐고, 특경가법은 1980년대 대표적 금융사기 사건인 ‘장영자 어음사건’ 등을 계기로 경제범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입법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폭처법 3조 1항 등에 대해 잇달아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앞서 2월에는 절도 전과가 있는 경우 가방 등 물건을 훔치기만 해도 벌금형 대신 징역형을 선고해야 하는 특가법 5조의 4, 이른바 ‘장발장법’도 위헌 결정을 받았다.

마약 밀수사범이나 통화 위·변조 사범을 무조건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조항 등도 위헌 결정이 났다. 강도죄 등을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조항도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등 법조계에서는 이미 위헌결정이 난 조항 외에도 문제가 있는 특별법이 많다고 보고 있다.

◇형법 전면적 개정 = 특별법의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상과 새로운 형사법 이론을 반영해 형법의 전면적인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법을 시대에 맞게 손질해, 특별법 규정을 형법전 안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 개정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법무부는 2007년 6월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형법 총칙 개정안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 법학 교수 16명과 실무자 8명 등이 참여한 특위에서 형법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와 정비작업을 진행했고, 50여 개 주제를 놓고 3년여 동안 심리를 진행했다. 국회에서 논의돼 형법 일부를 개정하기는 했지만, 전면적인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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