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체육회 준비委, 회원단체 자격조건 의결 파장 3분의 1 이상 시·군·구에 협회둬야 정회원 인정
‘준회원’은 경기력 지원금·정부 보조금 못받아
규정 적용하면 35개 올림픽종목 중 21개 탈락


오는 2018년이 되면 35개 올림픽종목 단체의 60%가 통합 체육회 체제에서 정회원 자격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체육회의 회원 종목단체 등급 기준에 따라 올림픽 메달밭 종목들이 줄줄이 준회원단체로 강등되기 때문이다. 올림픽 종목 단체들은 “선수 수급도 어려운 비인기 종목에 기초자치단체 단위까지 협회를 구성하라는 것은 탁상행정식 발상”이라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의 통합을 위한 ‘통합준비위원회’는 지난 14일 회원 단체를 정회원단체, 준회원단체, 인정단체 등 3등급으로 나누는 통합체육회의 가입·탈퇴규정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올림픽종목의 경우 정회원단체로 인정받기 위해선 3분의 1 이상의 시·군·구에 협회가 조직돼있어야 한다. 또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6곳 이상에서 협회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시·도 협회의 설립 조건을 채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에 25개 구청이 있으니, 9개 구청에 협회가 만들어져야 서울협회로 인정된다. 예를 들자면 성북구청레슬링협회 등이 9곳이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통합준비위에 따르면 이 자격 조건을 지금 당장 적용할 경우 35개 올림픽종목 중 21개 종목이 준회원단체로 떨어진다. 21개 종목에는 사격, 유도, 레슬링, 펜싱, 역도, 핸드볼, 빙상 등 하계와 동계 올림픽 메달 유력 종목이 대거 포함돼 있다. 반면 취미활동에 해당하는 족구, 게이트볼은 정회원 자격을 유지한다.

통합준비위는 통합체육회의 정회원 자격 획득 규정을 2년간 유예키로 하고, 일단 모든 올림픽종목을 포함한 57개 종목을 정회원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2년 뒤에도 대부분의 올림픽종목은 통합체육회의 정회원 자격 조건을 충족하기 힘들다. 지금도 소수 엘리트 선수조차 겨우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 즉 동호인을 확보해 협회를 구성하기는 더 어렵다. 족구, 게이트볼과 달리 레슬링,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역도를 하는 일반인(동호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은 학생까지 포함해도 등록선수가 70명을 밑돈다. 봅슬레이의 경우 장비 가격이 수천만 원에 이르기에 일반인이 동호회 활동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또 국내엔 아직 경기를 할 장소조차 없다.

정회원, 준회원단체의 차이는 크다. 현재 체육회 정가맹단체는 연간 9000만 원, 국체회 정회원단체는 6000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직원 인건비에 보태고 있다. 준가맹단체엔 보조금이 없다. 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정가맹단체엔 연 8400만∼2억6000만 원의 경기력 향상 지원금이 제공되지만, 준가맹단체엔 지급하지 않는다. 또 정가맹단체는 의결권이 있지만, 준가맹단체는 없다.

올림픽종목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16일 열린 경기단체 사무국장 협의회에서는 “국제대회 성적, 선수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시·군·구에 협회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체육단체 통합에 불참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종목단체 관계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국민에게 기쁨을 드렸다고 자부해왔는데 우리가 족구만도 못하단 말이냐”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계 종목에 집중투자를 하는데, 정작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빙상 종목과 썰매 종목이 준회원으로 강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외교의 경쟁력도 약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준회원단체가 되면 통합체육회 대의원 자격을 잃는데, 자국 체육회 대의원도 아닌 단체가 국제연맹에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체육회 관계자는 “통합준비위의 자격 조건 규정은 올림픽종목 단체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구성원이어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위배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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