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엔총회가 17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찬성 119표, 반대 19표, 기권 48표로 가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채택했다. 이 같은 유엔의 결의는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 인식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 회원국이라면 이 같은 유엔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적극 호응하고 동참하는 게 맞다. 이처럼 당면 현안임에도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북한 인권 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오죽하면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이 한국인의 북한 인권 무관심을 질타하겠는가.

우리 국회의 무의지와 무능력은 더더욱 문제다. 2005년 북한인권법안이 국회에 처음 제출된 지 10년이 넘도록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그 단적인 증거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북한의 형제들은 이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끌려가고 억울하게 매 맞고 피 흘리며 죽어 갔다. 북한인권법을 만들려는 것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 제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압살·모해하기 위함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의 해석론에 따르면, 북한 주민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리고 헌법 제10조 후단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기관)는 국회, 행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아우른다. 따라서 국회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책무를 진다.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 인권 증진과 개선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완비가 가장 중요하다. 정책에 맡겨선 일관성 있는 대북 인권정책의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예산 확보도 쉽지 않다. 국회의 입법 지원은 북한 인권 증진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류된 법안들에서는 북한인권재단 설치, 북한인권대사,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등 정부 업무 체계 정립과 다양한 정책 수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논의를 통해 상당히 입장 정리가 된 상태다. 그럼에도 지난 시기 국회는 여야 간 정쟁과 야당 내 패권 다툼 등으로 북한인권법 처리를 10년 간 지연시켜 왔다. 이는 입법부의 고의적 직무유기요 비정상적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민 대다수는 제 할 일(입법)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권력만을 추구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해 관심이 없다. 반면 국민은 민생과 일자리, 국민안전(테러방지),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 개선 등에 임기 말까지 노력하는 국회를 보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지금 국회의장은 ‘입법 비상사태’라는 점을 들어 선거구 획정안만 분리 처리(직권상정)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일 그렇게 되면 국회의장이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연장이나 정치권력 획득에만 충실히 복무하는 격이 되지 않겠는가. 이는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니라,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라는 정치 불신과 냉소주의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여야(與野)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합의 처리하기로 했던 법안들에 대해 마지막 타협을 시도하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장이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고유권한을 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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