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용궁면 ‘토끼간빵’
지난 18일 사회적기업 ‘토끼간빵’ 직원들이 경북 예천군 용궁역에 위치한 매장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18일 사회적기업 ‘토끼간빵’ 직원들이 경북 예천군 용궁역에 위치한 매장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별주부전’서 브랜드명 차용
‘손맛’ 좋은 어르신 고용하고
다문화여성 가정붕괴도 막아

직거래 통해 현지농산물만 써
농가 소득 늘고 관광객은 ‘덤’
카페 만들어 쿠키 판매도 시작


옛날 옛적 용왕님은 병을 이기기 위해 토끼 간을 먹으려 했으나, 토끼가 꾀를 부려서 끝내 먹지 못했다. 그런데 경북 예천군 용궁면의 기차역 용궁역에 가면 누구나 ‘토끼간빵’을 맛볼 수 있다. 용궁면이라는 지역명을 전래동화 별주부전에 접목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토끼간빵은 예천군을 대표하는 지역 특산물이다. 용궁역에서 토끼간빵을 판매하자 기차 승객이 줄어 우범지대로 전락했던 기차역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토끼간빵은 예천군을 대표하는 특산품 개발·판매로 지역 주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토끼간빵은 모든 식재료를 지역 농산물로만 쓴다. 예천에서 생산된 우리밀을 사용하고, 앙금을 만들기 위한 팥은 일반 중간상인이 농가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조금 더 쳐준다. 중간 상인으로부터 구매하지 않고 직거래를 하다 보니 그래도 마진이 남는다. 지역 농민에게 후하게 가격을 쳐주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토끼간빵의 사업 취지에도 부합한다.

매장에서는 토끼간빵뿐만 아니라 지역 농산물도 판매한다. 쌀, 표고버섯, 도라지 등을 판매하는데 열악한 농가를 돕기 위한 것이다. 판매 수익은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 어르신에게 간식을 제공하거나 목욕 봉사를 하는 데에 쓰고 있다.
토끼간빵이 만든 빵 세트와 쿠키.
토끼간빵이 만든 빵 세트와 쿠키.

현재 토끼간빵에는 55세 이상 고령자 3명과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다문화가정 여성 2명이 근무 중이다. 지역 청년 3명을 더해 직원은 총 8명이다. 한상준(46) 토끼간빵 대표는 “다문화 가정 여성들은 주로 식당일을 많이 하는데 근무조건이 무척 열악하다”며 “토끼간빵은 4대 보험을 보장해주고, 퇴직연금에도 가입하고 있으며 주5일 근무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계속 성장세에 있다.

예천군 토박이인 한 대표는 따로 개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다. 전통 식초를 생산·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개인 사업으로 생계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 한 씨가 토끼간빵이라는 사회적기업 설립에 뜻은 둔 계기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는 “사람들이 갈수록 외지로 떠나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일자리도 없어지고 있다”며 “사회적기업을 통해 어르신과 다문화가정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사회적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을 주산업으로 하는 예천군에서 남성은 농사를 짓는 게 일반적이지만, 여성을 위한 적절한 일자리는 부족하다. 여성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대구, 서울 등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들도 많다.

특히 다문화가정 여성은 외지로 일자리를 구하러 나갔다가 영영 가정을 떠나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한 대표는 “다문화가정 여성은 고향에 있는 원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주길 바라는데 남편이 보태주지 못하니 인근 농공단지나 가까운 도심으로 나간다”며 “그러다 보니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일자리가 지역에 존재한다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끼간빵이 자리를 잡은 이후 용궁역은 지역 명소가 됐다. 이전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불량 학생이 모이는 우범지대였지만, 현재는 토끼간빵을 맛보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명이 들르는 곳이다. 버려진 기차역이다 보니 한국철도공사에서 흔쾌히 공간을 임대해 줬다. 빈 역사가 저절로 관리가 되니 좋고, 소정의 임대료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선택이었다. 토끼간빵을 구입한 뒤 용궁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것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정석 코스가 됐다. 한 대표는 “지역에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며 “용궁면이라는 지역명을 이용해 상품명을 지은 것이나 용궁역에 자리한 것도 지역에 공헌하자는 취지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토끼간빵은 2013년 11월에 법인 등록을 했고 지난 8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복합형(일자리제공형+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토끼간빵이 지역 명물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맛있어야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매장문을 열기 전 토끼간빵은 예천군·경북대와 협력해 제빵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한 명의 제빵사가 토끼간빵 기술을 독점하고 있었다. 한 달에 400만 원에 달하는 인건비가 제빵사에게 나가는 상황에서 제빵사는 급여 인상을 요구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으로선 녹록지 않았다. 이에 한 대표는 제빵사와 결별하기로 하고 한 달 동안 매장 문을 닫았다. 한 달 동안 다른 직원들과 함께 더 맛있는 토끼간빵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다. 손맛이 좋은 어르신과 가정주부가 직원인 덕분에 오래지 않아 새로운 토끼간빵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한 대표는 “이렇게 탄생한 토끼간빵이 많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며 “이제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급여와 복지혜택을 주고, 지역사회에 더 많이 환원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른 토끼간빵은 기차역 대합실을 카페로 꾸미고, 쿠키 메뉴도 개발해 다양한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내년부터는 한국철도공사와 협의해 객차 내에서 토끼간빵의 쿠키를 판매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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