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시 중의과학원 산하 서원병원에서 한 중의사가 첨단기기를 사용해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원병원의 한약조제실에서 한 중의사가 제형화된 한약을 분류하고 있다.
첨단기기로 중의학 효과분석·임상연구 제형화한 약재만 6만종… 年 4조원 수출
첨단의료기기로 치료효과 연구 환자상태에 맞춰 양·한방 협진 양방은 고치기 힘든 질병 치료
지난 10월 중국인의 노벨생리의학상 소식에 세계 과학계가 중의학(中醫學)에 주목했다. 중의학과 현대의학을 접목해 약초 ‘개똥쑥’에서 항말라리아제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한 투유유 중국중의과학원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중의학은 중국의 전통의학을 말한다. 투 교수의 수상 소식과 함께 중의학과 현대의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 제약업체 종목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이는 같은 전통의학인 한의학(韓醫學)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의학과 달리 세계 시장은커녕 국내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는 국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중의학의 세계적 도약을 꿈꾸는 중국을 찾아 그들의 경쟁력의 배경, 그리고 우리나라 한의학의 발전 과제를 점검해 봤다.
◇활발한 중의학의 현대화=“노벨상을 받은 개똥쑥은 우리 중의학에서는 수많은 전통 약재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지금도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약재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 앞으로도 성과가 더 나올 것입니다.”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시 둥청(東城)구 ‘베이징중의의원’의 왕티엔 교수는 중의학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큰일이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베이징중의의원은 베이징시 위생국의 직속병원이며 베이징 수도의대 부속병원이다. 이곳에는 베이징시 중의연구소도 위치해 수많은 약재의 현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 약재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한약재는 500여 건, 모두 임상진료를 통해 처방되며 이를 토대로 치료 성적을 발전시키고 있다.
베이징시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중의학을 연구하는 중의과학원을 설립, 산하에 6개 부속병원을 두고 중의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투 교수도 중의과학원 소속이다. 투 교수가 발견해낸 아르테미시닌은 중국 동진시대 최초 임상구급의학서인 ‘주후비급방’에서 찾아내 개똥쑥을 저온추출 방식으로 현대화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중의사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과학화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의과학원 소속 연구인원은 약 6000명에 달하며, 하루 처방되는 한약만 12t이 넘는 중의과학원 산하 병원에서는 각종 임상연구와 전통 약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중의사들은 한국의 한의사들과 달리 첨단 의료기기로 중의학 치료 효과를 비교 연구하고 있다. 중의과학원 산하 병원에는 국제 수준의 첨단의료기가 설치돼 중의사들은 이를 통해 중의치료와 한방약재의 치료 및 효과를 발전시켜 중국 인민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각종 연구를 통해 진료뿐 아니라 한약의 상품화도 이뤄 내고 있다. 한약을 양약과 같이 제형화한 한방약(중성약)을 6만여 종의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중국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중성약의 규모만 연간 4조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의 중성약은 수출은커녕 내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1987년 56종의 중성약을 허가한 뒤 더 이상 허가하지 않고 있으며, 그조차도 가루약만으로 규정해 놓고 있는 탓이다. 각종 임상연구 제한 등으로 인해 한의사들이 중성약을 출시하지 못하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학화로 인한 성과도=중국에서는 중의학에 서의학 시스템을 도입한 협진 시스템이 자유롭다. 우리로 따지면 양·한방 협진이다. 중국에서는 ‘중서의 결합’이라고 부르며 중의가 중심이다. 베이징중의의원에서는 하루 1만2000여 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하면서 양방과 중의학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병원을 찾은 경우 양의사가 먼저 응급조치를 취한 뒤 중의사의 침술 또는 중의약으로 치료하는 시스템이다. 피부과나 내과, 신경과는 중의학 시술이 우선되기도 한다. 이는 컴퓨터단층촬영(CT)기기나 자기공명영상(MRI)촬영기기 등 현대 의료기기가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중의치료를 받은 환자의 데이터를 확보해 효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왕 교수는 “환자의 예후 전후를 비교한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피부과와 신경과 등에서 양방보다 중의학이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특히 우피선(건선)의 경우 중의학으로 완치되는 환자가 80%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이뿐만 아니라 뇌경색이나 치매 등 신경과에서도 중의학 치료가 효능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중의과학원에는 더 많은 임상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특히 감염병 분야에서도 중의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에볼라, 뎅기열,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치료 연구에서 서양의학으로 치료한 결과에 비해 중·서의 결합으로 치료한 성적이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들을 국제학회에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에이즈를 중의학으로 정복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중의과학원 산하 서원병원의 자오란차이 주임 교수는 “중국에서도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한때 중의학이 무시당하는 시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양방에서 고치기 힘든 질병들을 중의학으로 치료해내자 환자의 질병 치료를 위해 협력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진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진료의 최종 목적에 환자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