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한문번역과정 보여줘
상원사 중창문(국보 제292호)보다 최소 3년 앞선 현존 최고(最古) 한글 손글씨가 나왔다. 22일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단장 정승석)에 따르면 경기도 일산 원각사(주지 정각) 성보박물관이 소장한 ‘능엄경(楞嚴經)’ 권 1∼2(사진)에서 필사(筆寫)한 한글 글씨가 확인됐다. 1443년 훈민정음이 창제된 직후 손으로 쓴 것으로, 15세기 한문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과정을 보여준다. ABC사업단은 201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동국대의 지원을 받아 전국 불교 고문헌을 집성·조사하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한글 필사본은 1464년에 쓴 ‘평창 상원사 중창권선문’이다. 서지학자인 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이번 원각사 소장본은 ‘능엄경’을 한글로 옮겨 1461∼1462년 간행한 ‘능엄경언해’의 저본(底本)”이라며 “1461년 이전에 쓴 현존 최고(最古) 한글 필사 자료”라고 설명했다.
동국대 도서관이 소장한 ‘능엄경언해’는 국보 제212호로 지정돼있다.
원각사 ‘능엄경’은 1401년 당시 태상왕(太上王)이던 태조의 명으로 간행한 왕실본이다. 불교 경전의 하나인 능엄경 경문에 송나라의 계환(戒環)이 해석을 붙인 것을 당대 명필인 신총(信聰) 대사가 글씨를 써서 판을 새기고 찍었다. 본문에 없는 주석을 한글이나 한문으로 써 놓았고, 붓으로 석독구결(釋讀口訣·조사, 어미 등을 붙여 한문을 우리말로 읽는 방법을 표시한 것)을 달았다. 잘못 쓴 부분에는 종이를 붙여 교정한 흔적도 발견됐다. 사업단은 “훈민정음 창제 이후 ‘능엄경’을 우리말로 번역해 만든 ‘능엄경언해’의 번역 과정을 보여준다”며 “이 책을 토대로 ‘능엄경언해’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정재영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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