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사진)이 배우로 돌아왔다. 음악감독으로 더 잘 알려졌기에, ‘돌아왔다’는 표현이 생소하다. 그녀는 딱 한 작품에서 연기를 했다. 2010년 퓰리처어워즈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넥투노)이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 두산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2011년 초연 후,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재공연 중이다. 박칼린은 이번에도 조울증을 앓는 주부 역을 맡았다. 벌써 세 번째 무대. ‘돌아왔다’는 말이 맞다. 지난 17일 두산아트센터 VIP룸에서 그녀를 만났다. 다시 무대에 서는 소감을 들어봤다.
◇ 아이돌도 없고, 유행도 따르지 않는다 = “대본도 좋고 음악도 좋아요. 이런 작품을 만나면 제작진도 배우도 모두 즐거운 법이죠. 사실 이게 한국에 들어올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아이돌이 출연하지도 않고, 노래-박수-노래-박수 하는 공식도 없어요.”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도 없지만 넥투노는 국내에서 꽤 선방했다. 세 번째 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박칼린은 ‘원작의 힘’을 강조했다. “누구나 공감할 가족 이야기가 있어요. 파고들수록 의미를 발견할 수 있죠.”
넥투노에는 겉으로 평범한 듯 보이는 미국 중산층 가정이 등장한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엄마(다이애나)와, 소외감을 느끼는 딸(나탈리), 흔들리는 가정을 지키려는 아빠(댄)와 엄마만을 바라보며 사는 아들(게이브)…. 조울증을 앓는 다이애나를 중심으로, 구성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겪고, 또 극복해 나간다. 박칼린은 “관객들이 많이 울고, 편지도 많이 준다”며 “드러내기 꺼리던 가족사나, 가족에게도 말 못했던 비밀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고 했다. “거대한 메시지는 없어요. 치유라는 표현도 과하고. 깊은 곳에 감춰진 어떤 것을 ‘자극’하는 건 분명해요.”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넥투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뮤지컬의 미래”라고 칭송했다. 성스루(Sung-through·대사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형식)지만 퓰리처상을 받았다.드라마가 강하다는 의미다. 다이애나의 조울증처럼 변화무쌍한 음악도 일품이다. 롤링스톤지가 “이 뮤지컬에서 록은 살아있고 천둥처럼 구른다”고 했을 정도. 세련된 무대와 조명, 심리를 표현한 의상도 완성도를 높인다. 감정 기복이 심한 역할을 맡으면, 현실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브로드웨이의 ‘다이애나’는 너무 몰입해 실제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박칼린은 “무대와 현실을 쉽게 오가는 편이다. 공연 후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무대를 잊는다”고 말했다.
◇‘미스터 쇼’로 日도 접수…“좋은 작품 지키는 사람들이 살아남기를” = 지난해, 박칼린은 여성들만 입장시킨 ‘미스터쇼’를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여성들을 위한 본격 성인 쇼를 표방했는데, 지적인 남성, 터프가이, 연하남 등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훈남’들이 ‘거의’ 알몸으로 출연했다. “왜 남성은 들어갈 수 없느냐”는 마케팅에 대한 비난부터, “생각보다 야하지 않다”는 아쉬움, 그리고 일부에서는 ‘외설시비’를 들고 나왔다. “단순하게 만든 거예요. 한국 여성들 솔직히, 남자 있을 때와 없을 때 좀 다르잖아요. 좋게 말하면 이미지 관리고, 나쁘게 말하면 내숭? (웃음) 역사를 논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남자들 없는 데서 여자들끼리 즐겁게 놀아보자는 거였는데….”
공연계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불황이었다. 그러나 ‘미스터 쇼’는 비교적 순항했고, 올해는 바다 건너 일본 ‘아줌마’들까지 접수했다. 박칼린은 “웃고 즐기는 작품도 있어야 하고, 트렌디한 작품도 필요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컬도 있어야 한다”면서도 “좋은 작품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살아남길 바라고, 또 살아남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지금 ‘겪어야 할’ 고통을 겪고 있어요. K-팝 스타들이 부상하며 뮤지컬과 연예계의 경계가 사라지고, 예능적 요소가 지나치게 부각되었죠. 가능하면 빨리 지나가길 바라요. 창작진과 관객이 함께 성장한다면 휘청거리지 않을 날이 곧 오겠죠.”
넥투노는 내년 3월 13일까지 공연한다. 남경주, 정영주, 이정열 등 출연. 02-744-4033
글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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