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케피’

뮤지컬은 왜 그러는 걸까.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노래로 하지? 걸어가면 10초면 되는데, 춤추느라 10분이 걸린다. 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물음에 답하는 뮤지컬이 등장했다. 지난 18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오케피’(사진)다.

오케피는 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로, 무대 아래의 ‘피트(pit·구덩이)’에서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하는 공간이다. 연주자들(배우)이 ‘망해버려 뮤지컬’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도, 뮤지컬의 ‘허세’가 못마땅했던 관객들도 모두 박장대소하는 대목. “왜 고양이가 서서 걷는 건데”(캣츠), “뭔데 주사를 맞으면 성격이 변하는 건데”(지킬 앤 하이드)라며 유명 작품을 흉보는 모습이 통쾌하고 유쾌하다.

올해 ‘국제시장’과 ‘베테랑’으로 ‘쌍천만 배우’가 된 황정민이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국내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일반적인 ‘쇼 뮤지컬’과는 다르다. 연극 ‘웃음의 대학’으로 유명한 일본의 극작가 미타니 고키(三谷幸喜)의 첫 뮤지컬로, 연극적 요소가 다분하다. 그렇다고 뮤지컬 마니아들이 외면할 작품도 아니다. 탄탄한 드라마에 웃음과 감동이 버무려져 대중성을 보장한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그러하듯, 이 뮤지컬에는 단 한 명의 주연은 없다. 지휘자를 비롯해 바이올린, 비올라, 색소폰, 오보에, 하프, 드럼, 기타, 피아노, 퍼커션, 첼로, 트럼펫 등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오케피에 들어선다. 연주를 하면서 어제 회식비 계산을 하고, 오는 길에 본 장에서 빠트린 건 없는지 생각한다. ‘사랑의 작대기’도 난무한다. 지휘자와 바이올린 주자는 별거 중인 부부고, 바이올린과 트럼펫은 최근 헤어졌고, 트럼펫과 하프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기타는 하프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헛물을 켠다. 오케피 밖의 인생사와 닮았다. 메인 테마송인 ‘이것이 오케피’에서 오케피를 인생으로 바꿔도 될 만큼.

이 뮤지컬의 진짜 오케피는 어디에 있을까. 무대 아래가 아니라, 천장 아래에 자리한 게 독특하다. 오프닝과 엔딩, 두 차례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오케피’의 오케피가 코끝을 찡하게 한다. 황정민, 오만석, 박혜나, 서범석 등 출연. 2월 28일까지. 02-6925-5600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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