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 영화 10편에 등장해 ‘다작 배우’ 1위에 오른 이경영의 출연작.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내부자들’ ‘소수의견’ ‘암살’ ‘협녀, 칼의 기억’.  각 영화사 제공
올해 개봉 영화 10편에 등장해 ‘다작 배우’ 1위에 오른 이경영의 출연작.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내부자들’ ‘소수의견’ ‘암살’ ‘협녀, 칼의 기억’. 각 영화사 제공
올 한해 한국영화를 빛낸 多作배우

강냉이 장사(허삼관), 마카오 카지노그룹 회장(은밀한 유혹), 철거민(소수의견), 친일파(암살), 검술 스승(협녀, 칼의 기억),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의 아버지(뷰티 인사이드), 경찰 특별수사본부 팀장(치외법권), 국군 중령(서부전선), 여당 대선후보(내부자들).

배우 이경영이 올 한 해 동안 출연한 영화에서 맡은 배역들이다. 지난해 그가 출연한 영화 9편이 개봉한 데 이어 올해도 9편이 관객과 만났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조선마술사’까지 더하면 그가 올해 출연한 영화는 총 10편으로, 한국 배우 중 가장 많은 편수다. 충무로에서 ‘한국 영화는 이경영이 나온 영화와 나오지 않은 영화로 분류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다작’ 이유에 대해 “일종의 동업자 정신”이라며 “나를 불러주는 영화로, 나는 간다”고 밝혔다. 또 지난 8월 ‘협녀, 칼의 기억’ 기자간담회에서는 “내년에는 줄이겠다. 죄송하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 제작자와 감독이 그를 찾는 이유는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깊이 있는 캐릭터로 완성해내기 때문이다. ‘내부자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은 이경영에 대해 “어떤 캐릭터든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힘이 있다”며 “‘내부자들’ 초반 국회 기자회견 장면을 촬영하며 ‘내가 배우가 아닌 정치인을 섭외했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연기를 잘 해줬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어 “이경영 선배님은 또 현장에서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며 “별장 파티 장면 중 이 선배님의 뒷모습이 나체로 나오는 부분은 이 선배님이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개봉작 기준 다작 배우 2위는 김의성이다. 그는 ‘살인의뢰’를 비롯해 ‘스물’ ‘소수의견’ ‘오피스’ ‘암살’ ‘특종:량첸살인기’ ‘검은사제들’ ‘내부자들’ ‘극적인 하룻밤’ 등 9편에 출연했다. 주로 비열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해온 그의 최대 장점은 자연스러움이다. 영화가 아닌 실제 주변에서 본 듯한 인물을 일상적인 톤으로 연기하며 극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준다.

3위는 ‘워킹걸’ ‘오피스’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더 폰’ ‘특종 : 량첸살인기’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내부자들’ 등 8편에 나온 배성우다. 그의 특징은 ‘동네 형’ 같은 편안함과 섬뜩한 광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웃음을 지어도 눈빛을 풀어주면 따뜻하게 다가오고, 눈에 힘을 주면 서늘한 느낌을 전한다. 그는 “여러 작품에 나오면 관객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어 부담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연기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기 때문에 꾸준히 다작을 할 거다. 물론 캐릭터를 전략적으로 잘 선택해서 생명력이 긴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여배우 중에는 라미란을 다작 배우로 꼽을 수 있다. 연말 극장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히말라야’와 ‘대호’에 모두 출연한 그는 ‘워킹걸’ ‘미쓰 와이프’ 등 올해 개봉작 4편에 출연했다. 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출연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매번 겹치지 않는 연기로 관객에게 신선한 느낌을 전한다. 특히 ‘히말라야’에서는 강인하면서도 푸근한 여성 산악인을 표현해 내며 영화의 맛을 한껏 살렸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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