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시 ‘은아목장’
“일본은 이미 1980년대에 우유값이 폭락하는 우유 파동을 겪으면서 낙농업계 체질 개선을 통해 ‘마시는 우유’의 한계를 극복했지만 우리는 2000년대 들어서서야 그런 일을 겪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이 낙농가를 살리려고 유럽에서 치즈 장인을 초청하는 등 국가적 노력을 기울인 반면 우리는 그런 노력이 없었지요.”
유럽형 축산을 실현한 국내 몇 안 되는 목장 가운데 하나인 경기 여주시 가남면 ‘은아목장’의 대표 조옥향(여·63) 씨의 말이다.
은아목장은 2009년 유가공 허가를 받아 ‘은아스 트레짜 치즈’ ‘은아스 루디니 치즈’ ‘티모시 치즈’ 등 고품질 치즈와 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생산하는, 작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친환경 목장이다. ‘은아’란 목장 명칭은 큰딸 지은(31) 씨와 작은딸 지아(29) 씨의 이름에서 따왔다.
은아목장은 농업의 6차 산업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로 가장 먼저 주목받은 곳 중 하나다. 최근 연예인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출연하는 모 방송사의 체험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낙농·치즈체험과 숙박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산물 생산과 2차 산업인 식품 제조·가공, 3차 산업인 체험·판매·유통·문화·관광 등을 융합한 ‘창조경제’의 한 전형이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소젖을 짜서 치즈와 피자를 만들고, 목장 내 펜션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
조 대표가 6차 산업형 체험목장을 만든 것은 지난 2000년 우유 파동을 겪으면서다. 생산 중심의 목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심하던 그는 일본에서 체험목장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오랜 준비 끝에 2006년 낙농진흥회로부터 체험목장 인증을 받아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전환했다. 당시 내방객은 2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외국인 8000명을 포함해 모두 2만 명이 찾았다.
서울 출신의 조 대표가 1983년 남편을 ‘꼬드겨’ 여주로 내려와 농촌생활을 하게 된 데에는 돌아가신 부친의 영향이 컸다. 부친은 치과 의사였지만 평소 “농업은 창조적이고 경이로운 직업”이라며 “좋은 먹거리를 만들면 농민이 밥 굶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현재 농업의 6차 산업화를 내다본 것이다. 소를 많이 길러 분뇨를 사료로 쓰면 땅도 비옥해지고 고기도 생산할 수 있다는 ‘순환농법’에 대한 소신을 펴기도 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특히 아버지를 따라가서 본 평화로운 시골 마을과 그곳에서 만난 소의 순한 눈망울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은아목장은 조 대표와 남편 김상덕(66) 씨, 두 딸이 이끌어 간다. 프랑스의 유명 요리학교 르코르동블루에서 유학한 지은 씨가 피자와 쿠키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일본에서 낙농업과 유가공을 공부하고 온 지아 씨가 낙농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모자라는 일손은 지역의 젊은 주부들이 틈틈이 와서 일당을 받고 도와주고 간다. 인근 여주농고 학생들의 도움도 가끔 받는다.
은아목장은 지난해 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백화점 입점도 준비하고 있다. 농장에서 만든 고급 치즈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올해에는 매출이 다소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대표의 걱정은 영리만을 목적으로 안전시설, 도우미 등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짝퉁 목장 체험장’이 늘어나는 것이다. 생산량이 일정 궤도 이상 올라가면 중국 등 해외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얼마 전에는 중국의 여러 지역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이끌고 있는 ‘여주 낙농검정회’ 회원 농장의 후계자 8명과 함께 법인을 설립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