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지난달 부탄에서 독일 나우만재단이 주관하는 ‘경제자유연대(EFN) 콘퍼런스’가 열렸다. 주제는 ‘경제적 자유와 행복’이었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인구 63만 명의 소국(小國)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채 3000달러가 안 되는데,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왕이 직접 나서서 국내총생산(GDP) 대신 국민총행복(GNH)이란 개념을 강조할 정도로,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행복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부탄 유력 신문이나 방송 등에 메인 뉴스로 다뤄졌다.

필자의 강연 내용이 어땠기에 이처럼 관심을 보인 걸까. 내용은 단순했다. 남북한의 경제적 성과를 비교했다. 1970년대 초까지 북한보다 못 살았던 우리나라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존중하는 시장경제를 추구했고 그 결과 오늘날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문턱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자유를 박탈하고 분배만 추구하던 북한은 발전은커녕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로 몰락했다. 아주 단순한 차이지만 경제적 자유를 선택한 결과가 이만큼 큰 격차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 그들은 감명을 받았다 했다. 그만큼 경제발전과 성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다.

현지에서 만난 부탄의 젊은이들은, 한국에 유학을 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느냐, 어떻게 하면 부탄도 한국처럼 잘 살 수 있겠느냐 하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성장에 대한 갈망이었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하지만 사실 부탄은 불교 국가인 데다가 국제적으로도 폐쇄된 사회이기 때문에 자족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한국 사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물질적으로는 부탄 국민보다 우리 국민이 더 행복감을 느껴야 할 텐데 우리는 왜 이리 불만을 갖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까. 마음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과 풍요한 것은 다른 문제고, 결국은 마음가짐의 차이가 행복을 인식하는 척도를 결정하는 것 같다.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살다 보니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경쟁이 치열해 늘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한다. 그것이 행복감을 무뎌지게 하는 건 아닌지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경쟁은 발전을 이끌지만, 불필요한 경쟁의식은 사회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한목소리를 낸 결론은‘경제적 자유가 우리를 행복으로 가는 길로 인도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잘살게 된 원동력은 시장경제 체제를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부호로 떠오른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창의적인 인재가 나오는 것도 사회에 시장경제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턴가 이런 인재가 잘 나오질 않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위적인 ‘분배’ 주장만 난무하고 개인의 자유나 창의를 살리려는 노력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경제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우만재단 관계자에게 물었다. 독일의 재단이 왜 아시아에까지 와서 ‘경제자유’에 대한 콘퍼런스를 여느냐고. 이 재단은 독일 연방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이다. 독일은 과거 나치 치하에서 자신들이 폴란드, 체코 등 이웃 나라의 자유를 빼앗고 무고한 학살을 자행하는 등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이를 사죄하기 위해 국제사회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이념을 전파하는 것이라 했다. 그게 바로 경제적 자유의 전파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매년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경제자유도를 살펴보면 특히 노동시장 규제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을 기록해 왔다. 올해 발표에서도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143위에 랭크돼 전체 157개국 중 하위 10% 국가로 분류됐다. 이는 노동 분야의 강한 정부 규제와 강성 노조 탓이 크다. 이 때문에 노동 분야가 경직성을 띠고 자유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규제가 강해질수록 기업의 투자는 줄어들고 청년의 일자리 역시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개혁은 난항만 거듭하고 있고 꼬인 매듭은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부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경제적 자유와 행복’이란 키워드를 되새겨봄 직하다. 내년은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중요한 해다. 국민 모두가, 또 새로 선출될 국민의 대표 모두가 이 중요한 단어를 되새겨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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