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 논설위원

1980년 미국의 윤리학자인 휴 라폴레트가 아동 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부모 자격증’ 제도를 제시한 논문을 발표했다. 오죽하면 그런 방안까지 나왔겠는가. 인면수심(人面獸心) 아동학대 범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학적으로, 부모가 자녀를 그 정도로 엽기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의 사례도 수두룩하다. 일본에서도 부모의 학대와 양육 능력 부족 때문에 부상이나 병 등으로 입원한 아동을 치료 후에도 퇴원시킬 수 없다는 ‘사회적 입원’이라는 현상이 오사카(大阪) 지역에서 빈발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2013년과 올해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 계모와 친부모 학대에 따른 아동 사망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1만27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었다. 연초에 인천 송도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동을 폭행한 사건이 터졌다. 세밑에 또다시 한 아버지와 그의 동거녀가 어린 딸을 굶기고 때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2일 인천 연수구의 한 슈퍼마켓 주인이 발견한 11세의 소녀는 몸무게가 16㎏에 불과했고, 영하의 날씨였는 데도 반바지에 맨발이었다.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기 전에 뉴스를 접한 사람들의 가슴이 먼저 메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아동학대특례법은 아동학대가 의심스러운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소녀가 “배가 너무 고파 집 세탁실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도망쳤다”고 말한 걸 보면 신고 제도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재학대 피해 여부도 제대로 챙길 필요가 있다. 검사가 아동학대에 따른 임시 조치 신청을 받았을 경우, 긴급 조치가 있었던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청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례법 시행 이후에도 임시조치 청구가 이뤄지지 않아 아동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채 다시 폭행이 계속되는 학대 현장으로 돌아간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학대를 당한 아이는 나중에 아동학대 가해자가 된다.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전문 치료센터와 상담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내년 초 울주군에 들어설 학대피해아동센터에서는 피해 아동이 건강한 가족 구성원으로 복귀하는 특화 프로그램까지 개발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향후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에 대한 상담·치료까지 포괄하는 통합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짤 필요가 있다.

아동은 자기방어 능력이 없기 때문에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와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미래를 짊어질 아동들은 더없이 귀중한 존재들이다. 뉴욕의대 교수인 셴골드는 아동학대를 ‘영혼 살인’으로 규정했다. 아동학대 치료 인프라 확충에 앞서 사각지대에서 부모에게 수시로 폭행당하고 영혼이 짓밟히는 아동들에게 관심의 눈빛조차 보내지 않았던 어른 세대의 반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살인에 준할 정도로 처벌을 강화하고, 신고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 물론 그것도 사후적 대책일 뿐 근본적 대책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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