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치러진 스페인총선에서 33년간 이어진 양당 체제가 붕괴된 데 이어 어느 당도 과반의 지지를 받지 못한 상태가 발생하면서 스페인 정국이 연립정부 구성을 둘러싸고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립정부 구성을 놓고 스페인 정치권이 벌일 이합집산을 4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국민당(PP)이 소수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FT는 이 시나리오가 성사될 확률을 60%로 봤다. 국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얻은 하원(350석) 의석수가 123석으로 1당의 위치는 간신히 지켜냈지만 과반(176석)은 상실했다. 국민당은 정부 구성의 우선권을 가져왔지만, 스페인 헌법이 총리는 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도록 규정(결선투표 없음)하고 있어 단독 정부 구성은 불가능하다.
다만 국민당이 같은 중도 우파인 시우다다노스나 중도 좌파인 사회노동당(PSOE·사회당)의 기권을 얻어내면 마리아노 라호이 현재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면서 소수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당 소수정부 구성에 성공하더라도 경제정책에서 사회당과 급진 좌파인 포데모스의 반대를 이겨내기 힘들어 정부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사회당 중심으로 중도 좌파 연립정부가 구성되는 것이다. 사회당이 포데모스, 기타 좌파 정당과 연대할 경우 과반수에 근접한 170석을 차지하게 된다. 다만 포데모스가 좌파 패권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것이 걸림돌이다. 사회당이 포데모스, 시우다다노스와 3자 연대하는 안도 있지만 정치색이 다르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FT는 사회당 중심 연립정부 가능성을 40%로 예상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그동안 스페인 양당체제를 구축해온 국민당과 사회당이 거대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안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성립되면 사회당으로서는 좌파 패권을 포데모스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사회당이 이러한 정치적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적어 FT는 이 시나리오 확률을 20%로 가장 낮게 봤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어느 당도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데 실패하고 내년에 재선거에 들어가는 것이다. 향후 두 달 사이 연립 정부에 실패하면 국왕이 재선거를 선포할 수 있다. 다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던 시우다다노스나 포데모스에 좌파 리더 자리를 위협받은 사회당이 재선거를 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변수다. FT는 하지만 어느 당도 과반을 얻지 못했고, 명확한 연대 분위기도 없다는 점을 들어 재선거 확률은 60%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