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지명됐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위기라 할 만큼 중차대한 시기여서 경제수장직을 누가 맡을지가 이번 개각의 최대 관심사였다. 청와대는 “풍부한 식견과 정무적 역량을 바탕으로 4대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나갈 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좋은 점수를 주기엔 실망스럽고 감동도 없는 인사다. 참신성이 부족하고 중량감이 떨어지는데다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유 지명자에 대해 덕담만 할 수 없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에 깜짝 발탁된 친박 정치인이다. 학자로 출발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조세연구원을 거쳤으니 경제 감각도 있다고 하겠다. 문제는 대내외 여건이 그 정도의 ‘한가한’ 인사로 헤쳐 나가기엔 엄중하다는 데 있다. 7년 만에 ‘제로 금리’ 시대를 접은 미국은 내년부터 금리 인상에 본격 나설 태세다. 반면 유럽과 일본 등은 되레 돈풀기를 작정하고 나선 터다. 중국 경제 둔화와 저유가는 언제 ‘핵폭탄’으로 돌변할지 모를 잠재적 초대형 악재다. 국내 난제도 첩첩산중이다. 12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고 ‘100만 청년실업’은 폭발 직전이다. 그런데도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국회 통과도 쉽지 않다. “축구 경기에 비유하자면 스트라이커를 투입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비기기 위해 수비수를 보강한 느낌”이라는 관전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과 두 달 전 총선 출마를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물러났다 다시 돌아온 모양새도 흉하다.

유 지명자는 “최경환 경제팀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면에서 그렇게 말했겠지만 정말 걱정되는 발언이다. 지금은 어떠한 돌발사태도 견뎌낼 수 있는 구조개혁에 일로매진해야지 ‘표(票)퓰리즘’ 부양책을 남발할 때가 아니다. 좀비기업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가계부채 위기 관리도 보다 촘촘히 해야 한다. 복지동면(伏地冬眠)에 들어간 공무원들도 다잡아야 한다. 유 지명자는 한국 경제 앞에 놓인 엄중한 책무를 재차 유념하고 임기 내내 비장한 각오로 경제 살리기에만 진력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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