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야당이 노동 5법·테러방지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과 관련, 지난 21일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에 대해서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과 관련해서는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과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참여하는 ‘5+5 회담’을 제안키로 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협상’이다. 여야는 또 명분 없는 주고받기, 끼워팔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정체성도, 실효성도 없는 법률들이 쏟아져 나올 판이다.

야당은 특히 원샷법안에 대해 심하게 반대한다. 지금까지 재벌특혜법이라고 비난하더니, 지난 17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은 “주식회사의 중요한 결정은 주주들이 해야 한다”며 “사업재편이라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주주들에게 직책을 부여받은 이사진에서 한다는 것은 주식회사의 근본적 상법리(商法理)에 반한다”는 느닷없는 주장을 했다. 이런 주장은 일반인들에게 큰 오해를 일으킨다.

위원장의 말대로 총회에서 기업 합병과 분할 등 조직재편을 다뤄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규모와 상관 없이 모든 합병과 분할을 모든 주주가 참여하는 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삼성이 모바일 결제회사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하는데 주주총회까지 소집해서 결정해야만 한다면 과연 일이 되겠는가. 그 때문에 현행 상법도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일정 규모 또는 일정 비율 이내의 조직재편은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신속히 결정하도록 정해 두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사회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조직재편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 독일의 법률을 계수한 우리 상법의 소액주주 보호 수준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다. 원샷법은 공급과잉업종 기업이 공급과잉을 해소하거나 신사업에 진출하는 경우 이에 대한 기준을 한시적으로나마 주요국 수준으로 맞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위원장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보다도 더욱 강력한 조직재편권을 이사회에 부여하고 있는 주요국은 주주의 권리를 박탈하고 주식회사 근본원리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위원장은 여당에서 추진한 경제활성화 법안이 30여 개 통과됐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되묻고 싶다. 30여 개 경제활성화 법안은 경제민주화 법안들과 맞교환돼 그 효과가 반감된 건 아닌지, 반대를 위한 끝없는 반대로 교환된 경제활성화 법안들조차 기형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은 아닌지, 그나마 30개라도 통과됐기에 지금 이 정도인 건 아닌지.

일본도 고질병인 과소투자 문제와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기 위해 2013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은 사업재편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경우, 첨단 설비 투자를 촉진하는 경우, 벤처기업에까지 적용된다. 공급과잉업종에만 적용될 원샷법안은 야당의 강력한 태클로 이미 ‘반샷법’이 되고 말았다. 이미 실효성을 상실한 이다지도 흐릿한 반샷법을 대한민국의 이념적·경제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법률들과 바꿔먹기 하려면 차라리 그만두는 게 옳다. 바꿔먹기 해서는 안 될 대표적인 법률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이다. 과거 일본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한국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역전됐다. 일본 청년 1인당 일자리가 1.8개, 이제 한국 청년을 수입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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