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진기섭이 정색하고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호흡부터 골랐다. 이곳은 이태원의 한정식당 ‘익산옥’, 전라도 한정식이 유명한 터라 한식당 이름은 전라도 지명이 많다.

“가능하다고 봅니다.”

서동수의 대답에 둘러앉은 오성호와 강동인까지 얼굴을 굳혔다. 옆에 앉은 아가씨들도 따라서 긴장하고 있다. ‘익산옥’은 아가씨들도 있는 것이다. 셋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각각 자신 위주로 생각하면 됩니다. 중국은 중국식 합병이라고 선전할 것이고 한국은 한국의 대륙 지배로 봐도 될 테니까요.”

“엄청난 일이긴 합니다.”

진기섭이 여전히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오후 8시 반, 그들은 지금 한반도, 즉 고려연방이 중화민국과 통일되어 대한민국이 되는 경우를 말하고 있다. 이들 셋은 장차 서동수의 정치적 후원자가 될 사람들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잘못하면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 이완용보다 더 나쁜 놈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 잘못한다는 내용이 무엇일까요?”

이번에는 강동인이 묻자 대답은 오성호가 했다.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빼앗겼을 때가 되겠지요. 한국이 대륙을 이끌어가야만 국민들은 한국 주도의 합병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걸 중국이 용인하겠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진기섭이 말했다.

“합병하고 나면 배신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지요. 대부분의 의견이 그렇습니다.”

“맞아요.”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한 모금에 소주를 삼켰다.

“동북 3성을 우리가 장악한다고 해도 세력에서 밀릴 테니까요. 그럼 자연스럽게 티베트처럼 흡수되겠지요.”

“아니, 그러면…….”

강동인이 말을 그쳤다. 그럼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물으려던 것 같다.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떼어질 때 동북 3성이 우리 영토로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요.”

“어떻게 그렇게…….”

강동인이 다시 말을 그쳤을 때 오성호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종편을 보면 온갖 시나리오가 다 나옵니다.”

“지금 제가 이야기했던 시나리오도 나오더군요.”

서동수가 따라 웃으면서 말했다.

“결국 온갖 가능성이 열려 있지요, 하지만…….”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다시 소주잔을 쥐고 정책위의장 오성호를 보았다. 그때 오성호가 말을 잇는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지만 그것이 두려워서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그것이 장관님의 생각 아니십니까?”

서동수가 한 모금에 잔을 비우고는 오성호에게 내밀었다.

“그동안 온갖 변수가 다 생길 것입니다. 그것에 대처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합심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자세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오성호가 머리를 끄덕였고 진기섭과 강동인이 따라서 공감하는 표정을 짓는다. 서동수는 차츰 셋의 성향을 파악해가고 있다. 오성호는 긍정적, 적극적이며 안목이 넓다. 진기섭은 요점을 잘 짚으며, 강동인은 순발력이 우수하다. 모두 죽은 한대성이 추천한 참모들이다. 서동수가 옆에 앉은 아가씨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자, 이젠 연애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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