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가정·국공립·민간 어린이집 연합회 회원들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손 피켓을 들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 촉구대회’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가정·국공립·민간 어린이집 연합회 회원들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손 피켓을 들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 촉구대회’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서 주는 전출금 중
누리예산 빼고주는 안 검토

교육법 시행령 형태 도입땐
교육청, 명분·실리 다 잃어

시·도 교육감 성향이 ‘변수’
정책적 효과는 아직 미지수
교육부 “일단 설득에 주력”


정부가 내부적으로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도 교육청에 주는 법정 전출금에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누락분 상계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시·도 교육청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정부가 이 방안을 유아교육법 시행령 등의 형태로 도입할 경우 시·도 교육청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재정 부족을 이유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다가 그 액수만큼 법정 전출금을 빼고 받게 되면 명분과 실리 모두 잃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자치단체장과 시·도 교육감이 어느 정당 소속인지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나올 수 있어 현재로써 정책적 효과를 100%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시·도 교육청은 올해 정부로부터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 39조4000억 원을 받았다.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은 자치단체가 교육기관, 교육행정기관 등을 설치·경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교부해 지역 간 교육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내국세(20.27%)에 연동된다.

또 시·도 교육청은 해당 광역자치단체로부터 법정 전출금과 교육관련 법정외 보조금도 받는다. 올해 법정 전출금(8조4000억 원)과 교육관련 법정외 보조금(1조9000억 원)을 합하면 10조3000억 원이다.

상당수 시·도 교육청은 내년 예산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서울, 광주, 전남의 경우 시·도 의회를 거치면서 시·도 교육청들이 전액 편성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까지 날아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은 시·도 교육청이 직접 지원하는 유치원 누리과정과 달리, 시·도 교육청이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기초자치단체들이 지원 실무를 담당하는 식으로 집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도는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다소 파격적인 해법을 모색했다. 경남도와 산하 기초자치단체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집행을 하는 대신, 경남도는 교육청에 줘야 할 법정 전출금 중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분만큼 삭감한 채 주는 방법이다. 경남도교육청 입장에선 황당한 노릇이다. 사실 경남도 조치의 법적 근거는 다소 미약한 편이어서 경남도교육청은 이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묘수로 통할 수가 있다. 시·도 교육감을 설득하는 방법 외에 마땅한 타개책이 없는 형편에서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한 제도다. 더욱이 유아교육법 시행령 등의 형태로 도입하면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도 무마시킬 수 있다.

일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에서 시·도 교육청의 ‘배 째라’ 식 행태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경남도식 해법이 만능은 아니다. 자치단체장과 시·도 교육감이 모두 야당 소속일 경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방안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당장 사용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일단 시·도 교육감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사태 전개가 여의치 않으면 누리과정 예산 누락분 법정 전출금 상계 방안은 정부 입장에선 우선적으로 빼 쓸 수 있는 카드로 기능할 전망이다.

유회경·정유진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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