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 서울대 교수·정치커뮤니케이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선언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많은 전문가의 회의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광주지역 의원들의 탈당 선언이 예상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안 의원이 이런 기조를 이어간다면 ‘제2의 안철수 바람’도 가능하다. 이는 원조 ‘안철수 바람’보다 더 거셀 것이다.

안 의원에게 왜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졌을까?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감의 근원은 여야의 극한 대립 상황이다. 현 정당 구도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대변한다. 그리고 여야 모두 서로의 업적을 절대 인정하지 못한다.

친노(親盧) 중심의 새정치연합은 운동권적 사고에 머물러 왔다. 선거 때마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여당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권자에게 민주화는 1987년에 끝났다. 대안도 없이, 심지어 자신들이 과거에 추진했던 정책마저도 안면 몰수하고 반대한다.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쏟아낸다. 노년층을 적대시하고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 이 모두가 산업화 세력을 인정 못해 나타나는 행태다. 박정희 시대를 살았던 대다수 유권자가 박 전 대통령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는 것을 인정 못하는 야당의 미래는 없다.

여당도 산업화 패러다임에 갇혀 젊은 유권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주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는 당내 인사는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같은 당임에도 공공연히 유권자들에게 심판해 주기를 호소한다. 많은 보수 유권자들마저 이질적으로 느낄 것이다. 야당과 협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여론을 의식하는 것은 포퓰리즘이고 반국가적이라는 시각마저 느껴진다. 민주화 세력의 업적을 인정 못하는 태도다.

안 의원이 ‘제2의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 식상한 유권자들을 최대한 흡수해야만 한다. 이분법적 사고를 믿는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결과가 이러한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이후 대다수의 기존 야당 지지자들은 문재인 후보로 옮겨 갔다. 친노 패권주의에 반감을 가졌던 많은 호남 유권자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것으론 부족했다. 유연성 있는 중도개혁 성향의 정당을 원해 당시 안 후보를 지지했던 기존 여당 지지층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그럼 안 의원은 탈당 선언 이후 이런 잠재적 지지층을 모두 흡수할 만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을까? 지금까지는 반반이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과는 연대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을 돕는 문병호 무소속 의원은 새누리당 소속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의 영입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산업화 세력도 아우르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연일 기존 야당을 연상시키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안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 저지”와 “정권 교체”를 탈당 이유로 꼽았다. 스스로가 본인을 기존 야권 세력의 일원으로 가둬 놓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의 신당은 새로운 정치를 위한 도구이지 새누리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 그런 인식으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을 흡수할 수 없다. 안 의원이 ‘제2의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산업화 세력도 아우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새로운 정치의 시작점이고 그 끝은 정권 창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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