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 중인 유현숙 씨가 어린이들에게 우리 전래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유치원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 중인 유현숙 씨가 어린이들에게 우리 전래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선배는 후배에 삶의 지혜를… 할머니는 손주에게 옛이야기를…문체부 추진 ‘인문 진흥정책’

지난 10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4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2.5%가 최근 1년간 가족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가족갈등의 유형을 살펴보면 가족 내 세대갈등이 37.5%(부모와 자녀갈등 28.3%, 고부 및 장서갈등 9.2%)로 가장 많았다.

세대간의 단절과 불화가 각종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젊은 세대와 노·장년 세대간 갈등은 이제 가족을 넘어 사회는 물론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인문정신문화 진흥정책’을 추진하면서 ‘인생나눔교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 등을 펼치는 것도 세대간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심각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인생나눔교실’ 사업은 선배 세대가 자신의 인생 경험과, 삶에서 얻은 인문학적 지혜를 새내기 세대와 나누는 자원봉사형 쌍방향 지도(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시범사업을 거쳐 2015년에는 총 250명의 ‘인생나눔 멘토’가 전국 250개 그룹을 찾아가 멘토링 활동을 펼쳤다.

교사, 언론인, 예술인, 사진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배 세대가 포함되어 있어서 다채로운 인생 나눔의 장이 펼쳐졌다. 소설가 권지예, 언론인 노재현, 첼리스트 양성원, 뮤지컬 제작자 박명성, 연극계 대모 박정자, 국립발레단장 강수진, 이규형 전(前) 국기원장 등 19명에 이르는 문화예술계의 저명인사들도 청년 및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첼리스트 양성원은 지난 11월 12일 멘토링에서 “첼로를 연주할 때는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활을 단단히 잡아야 합니다. 손가락 하나로는 활을 제대로 잡을 수 없죠. 그리고 팔목과 어깨, 몸 전체가 활을 잡은 손을 잘 지지해줄 때 좋은 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도 마찬가집니다”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사업이 인생나눔 멘토들에게는 스스로의 인생을 돌이켜보고 타인과 소통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인생나눔교실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나눔과 배려, 관용과 같은 인문정신문화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조손(祖孫)간 이해와 소통을 가능하게 했던 할머니들의 따뜻한 ‘무릎교육’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켜 유아들의 인성을 함양하고, 어르신에게는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9년, 30명의 이야기 할머니와 함께 출발한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세대를 뛰어넘는 정서적 교감과 교육적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2015년에는 2100여 명의 할머니와 6000여 곳의 유아교육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미래세대 인성 함양과 전통문화 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핵가족화로 가정의 전통적인 인성교육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야기 할머니들이 ‘전통 무릎교육’의 하나로 들려주는 선현의 미담 및 귀감이 되는 옛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현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한 유치원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 중인 유현숙(68) 씨는 “날마다 변화하는 우리 꼬마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며 “하루는 꼬마 친구들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이야기 할머니! 어디 가세요?’라고 80명쯤 되는 꼬마 친구들이 팔짝팔짝 뛰길래 하도 고마워서 길거리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 모두 안아주었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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