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자신이 추진 중인 ‘신당(新黨)’의 대강을 밝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선(先)퇴진’을 거부함으로써 야권의 대혼란과 분열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안 의원은 27일 ‘합리적 개혁’과 ‘공정 성장’을 강조, 분배와 진보적 개혁 쪽에 무게중심이 있는 새정치연합과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민주 정당에서 탈당을 찬성하기는 어렵지만 정치적 가치와 노선 및 당 운영 방식에 근본적 이견이 있다면 분당(分黨)이 바른 선택일 수도 있다. 허구한 날 당내 갈등으로 지새우고, 당의 실체가 무엇인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해온 새정치연합 사정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신당이 존재 이유를 인정받으려면 기존 정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 지향’이 중요하다. 안 의원은 탈(脫)이념과 국민의 삶을 우선시하는 실사구시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문제를 만드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새로운 정치”라며 공정 성장, 교육 개혁, 격차 해소, 안보 강화와 남북교류 확대 등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증세(增稅) 필요성도 거론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안 의원의 경우, 이미 새정치에 대해서는 수없이 밝혀왔다. 이제 그런 식의 ‘힐링 정치’‘토크콘서트 정치’를 할 때는 지났다. 안 의원 스스로 밝힌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은 국가적 쟁점(爭點)들에 대한 안 의원의 입장을 알지 못한다. 백 마디의 정치원론보다, 경제와 안보에 직결된 법안 등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내놔야 한다. 아직 창당도 하지 않았고, 유의미한 의석도 없다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 국민은 기존 야당과는 ‘싹’이 다른 대안(代案)정당의 가능성을 보고 싶어한다. ‘구체성’ 없이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민은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는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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