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비상사태
국회법 근거로 법률적 판단
빨라야 1월8일 본회의 의결
法 해석 명분 책임회피 지적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일을 해를 넘겨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여야가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데다 선거구 무효라는 ‘입법 비상사태’가 벌어져야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헌정사상 최초의 선거구 무효 사태를 사실상 방치하는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정치권과 정 의장 측 기류를 종합하면 정 의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현행 선거구가 효력을 상실하는 31일 이후 선거구획정위에 획정 기준을 건넬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획정위가 해당 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하면 그 안에 대해 정 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하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선거구획정안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1월 8일에야 본회의 의결이 가능하다. 정 의장도 2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심사기일 지정에 대한 고려는 1월 1일 0시 이후에 될 수 있다”며 “그때부터 비상사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 측의 이 같은 판단 근거는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에 대한 법적 해석이다. 국회법에는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국가 비상사태, 여야가 합의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정 의장이 여권에서 요구하는 경제활성화법 관련 직권상정을 거부하는 근거도 ‘아직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마찬가지로 선거구 획정의 경우에도 선거구 무효가 예상되는 사태가 아니라 실제로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상황이 돼야 비상사태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 비상사태를 예견해 직권상정을 할 경우 경제위기 상황을 예견해 경제 관련 법안의 직권상정은 왜 안 되느냐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목소리가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실제 선거구 무효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엄청난 혼란과 그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정 의장이 법 문구의 기계적 해석을 명분 삼아 정치적 책임이나 부담을 피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당장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를 넘기면 예비후보들의 법적 근거도 없어져 정치 신인들의 ‘좁은 문’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더구나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뒤 탈락한 후보들이 선거운동 상황의 불평등 등을 이유로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논란은 물론 20대 국회의 정당성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민병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