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선택과 집중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2期‘기업소득환류세제’등 기업투자의욕 꺾는 부작용
경제성적표인‘실질성장률’ “크게 나아진 것 없다”평가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내년 1월에 출범할 박근혜정부 ‘3기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는 정책의 혼선을 막고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2기 경제팀’이 부동산 경기부양 등 경제활성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과다한 분야에서 의욕을 앞세우다 보니 정책추진 역량이 분산된 데다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규제 건수가 늘어나는 등 ‘역주행’을 했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기 경제팀이 야당이 제기한 ‘소득주도성장론’(가계의 소득 증대가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주장)을 선제적으로 견제하려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도입하면서, 기존 경제활성화 정책과 충돌되는 양상을 빚어 기업의 투자 의욕을 줄여 놓는 바람에 역효과가 나타난 점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28일 기재부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의 ‘경제성적표’ 격인 실질 경제성장률은 2013년 2.9%, 2014년 3.3%, 올해 2.7%(정부 전망치) 등이다. 현 정부 출범 이전(2011년 3.7%, 2012년 2.3%)보다 별로 나을 게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 등 돌발변수들이 있었지만, “경제는 구호로 평가하는 게 아니고 수치로 평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질 경제성장률이라는 잣대가 아니라 국민 행복의 질 등 다른 지표를 적용해도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 분야에서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를 벗어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에 따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3기 경제팀은 재정·통화·조세 정책의 확장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책 우선 순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외 리스크(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3기팀이 구사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2기 경제팀에서 펼쳤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포함한 과감한 재정확대정책이나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는 조세정책은 ‘더 이상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논리 때문에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통화정책의 경우에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더 이상 완화적으로 운용하기는 어렵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도 대외 리스크 개선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과 동시에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3기 경제팀이 2기 경제팀보다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별로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에서 불어닥칠 큰 파고를 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 남아있는 ‘카드’가 규제 완화인데, 이와 관련한 법안들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재정건전성 악화 등으로 내년에 한국 경제를 강타할 가능성이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실탄’이 충분치 않은 상황인 만큼 재정·통화정책에서 고도의 취사선택이 필요하다”면서 “모든 것을 다 이뤄내겠다는 욕심 보다, 실현 가능하고 정책집행 효과가 큰 것에 먼저 집중하고, 이를 다른 분야에 확장해 나가는 전략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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